어린이 집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34개월 여아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제 생각에는 지금 이 시기에 꼭 어린이 집에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양보한다는 행동은 어떤 점에서 뇌의 발달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양보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 예측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34개월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양보를 하는 이유는 사회성이 발달해서이기도 하지만 겁이 많아서입니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양보를 할 때와 양보를 하지 않을 때를 비교해서 양보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양보를 하게 됩니다. 억지로 어린이집에 오면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를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어린이 집 선생님의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양보를 하지 않으면 유형무형의 처벌을 받게 되고 그에 의해서 아이가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하는 행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양보가 아닌 두려움을 익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은 어린이 집에 가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가다가 지금 가기 싫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이 조금은 아직 낯설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집 선생님이 과연 어떤 식으로 어떤 제제를 했을 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어쩌면 어린이 집 선생님 중 누군가는 따님을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싫어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거부당한다고 느끼는데 그 곳에 계속 간다는 것은 따님에게 큰 고통입니다.

따라서 저는 일단은 어린이 집에 가지 않도록 권합니다. 그러나 따님도 일단 어린이 집에 한번 가봤기 때문에 아마도 집에만 있으면 지루해할 것입니다. 그러면 어린이집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 다시 보내세요. 만약에 지금 다니는 어린이 집에 다시 가겠다고 하면 지금 다니는 곳으로 보내시고 만약에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싫고 다른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 다른 어린이집으로 보내시면 됩니다.

그리고 따님의 나이에는 한달, 두달 사이에도 사회성의 발달이 두드러집니다. 7월에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따님이 어린이 집에 가고 싶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때는 지금의 아픔이 경험이 되어서 잘 지낼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어린이 집에 안가더라도 현재 5월의 따님과 7월의 따님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설혹 집에 있더라도 동생에게 샘을 내지 않는 좋은 누나 좋은 언니가 될 지도 모릅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