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사촌오빠를 만난 후 자기 요구가 강해진 17개월 여아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아주 어렸을 때는 부모가 반복적으로 뭔가를 요청하면 아이가 반사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아이가 뭔가를 달라고 하면 엄마가 ‘주세요’ 해야지 라고 말을 하면 아이는 엄마의 지시를 따라서 ‘주세요’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워낙 순한 아이들은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17개월 정도 되면 인지능력이 향상이 되고 자신의 의지가 강해지기 때문에 뭔가 요구를 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요구하게 됩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성장입니다. 자녀의 성장이라는 것은 부모가 원하는 쪽으로 말잘 듣고 착하게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따님이 사촌오빠들의 행동을 보고 나서 자신의 행동을 바꾼 것은 정상적인 학습입니다. 이번에 사촌오빠들을 보지 않았더라도 놀이터에서건 어린이집에서건 비슷한 상황을 접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이가 발달을 함에 따라서 어머님도 그에 맞춰서 아이에게 요구하는 행동이 바뀌셔야 할 거예요. 아이는 점점 몸도 크고 자기 생각도 생기는데 어렸을 때 같이 반사적으로 지시에 따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엄마의 말에 대해서 아니라고 하고 거부한다고 해서 그것이 폭력적이거나 땡깡을 부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착한 아이가 나쁜 아이로 바뀌었다고 부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자기주장이 생겼다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면 어떨까요?

사촌오빠들의 태도는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따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물건을 빼앗길 때마다 마음도 많이 아팠을 거예요. 그래서 만약에 울거나 힘들어하면 그 때는 어머니가 따님을 데리고 와서 달래주세요. 그러나 어머니가 보기에는 안쓰러워도 만약에 따님이 울거나 하지 않고 함께 놀려고 한다면 그 때는 지켜봐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서 따님도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주장할 수 있는 힘을 키우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