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엄마들 사이에 가끔 끼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디거야?” 라는 질문을 종종 듣게 된다.
그리고 “얼마야?” 라고 묻는다.
어떤 책은 소위 메이커고, 어떤 책은 비메이커다.
또 어떤 책은 비싸고, 또 어떤 책은 싸다.
그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메이커에, 값도 좀 나가고, 무엇보다 표지 디자인이
쫌 있어 보여야 좋은 책일까?

이 세상에 아이를 위한 책 중에 나쁜 책은 없다.
다만 우리 아이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지금 교육 과정에 맞춘 책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르다.
좋은 책은 회사 이름에 따라, 표지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좋아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책이 좋은 책이다.

좋은 그림책은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글로 이야기하는
두 개의 언어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래서 그림과 글이 좋아야한다.
그런데, 사실 밝고, 예쁘게 그려진 그림이
사실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그린 그림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전래동화를 가지고,
좋은 그림책의 두 가지 요건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 번째, 그림책의 그림!
전래동화에서 빠지지 않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를 보자.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알밤, 자라, 송곳, 절구통, 지게 들이

서로 힘을 합쳐 호랑이를 쫓아내는 재미난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다일까?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의 배경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산촌이다.
그래서 팥 농사도 짓고, 할머니가 호랑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면 할머니의 집은 어떤 집이어야 할까?
나무를 쪼개서 만든 너와집이어야 한다.
이 이야기의 그림에서 산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에 나오는 할머니의 집은 초가집이다.
심지어 농촌의 모습을 그린 책도 많다.
어떤 책을 읽었느냐, 아니 어떤 그림을 보았느냐에 따라서
아이가 얻는 정보의 차는 아주 크다.
그래서 아이들의 그림책의 그림이 중요하다. 

두 번째, 그림책의 글!
전래동화 ‘산딸기와 돌배’라는 책을 보자.
이 책에도 전래라면 꼭 등장하는 인물, 원님이 나온다.
대부분의 전래는 ‘욕심 많은 원님이 살고 있었어요.’ 라고 시작한다.
그냥 그런 원님이라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원님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 설명도 없이...
그래도 요즘은 원님이라는 글자에 별표를 해주고,
‘마을을 다스리는 사람이다’라는 설명을 달아주는 책들이 나와서 좋은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에게 설명은 설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글로 풀어 줘야하는 것일까?
이렇게 풀어 놓은 책도 있다.
‘옛날에 마을마다 원님이 한 명씩 있어서, 백성들을 보살피고 다스렸단다.
임금님이 온 나라를 다스리자니 땅이 워낙 크잖아.
그래서 마을에 원님을 둔거지.

그러니 원님은 작은 임금님인 셈이야.‘ 라고.
똑같은 전래동화를 읽었는데
한 아이는 원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라고 받아들이고,
다른 한 아이는 시장 선거를 하는 것을 보고
‘시장도 원님이랑 같은 거 같아요. 대통령이 온 나라를 다스리기 힘들어서
시장도 뽑고, 구청장도 뽑는거 아니에요?‘ 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제목의 전래를 읽었는데, 어떤 글을 읽었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서는 부모가 꼭 먼저 읽어 보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추천이나 권유가 아닌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책을 골라보자.
아이에게 잘 맞는 책이란 지금 우리 아이가 입기에 딱 좋은 옷이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책을 고르자.
그래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늘 강조하듯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하나씩 조금씩 찾아가다보면
좋은 책 고르기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아무나 할 수 있다면
그건 달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