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을 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예습을 하고, 현장을 다녀오고, 체험학습기록장을 쓰며 복습하고 애듀팟에 등재하여 흔적을 남기기까지는 아이들의 시간으로 하루를 몽땅 쓰고도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1회글에도 언급했다시피 그렇게 진행한 체험학습에서 배운 것은 시험을 잘보기 위해서도,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도 아니다.

그럼 그 수많은 시간을 사용하며 체험학습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

책으로 공부하는 것과 현장에서 공부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생각의 범위이다.

교과서에 적혀있는 텍스트는 텍스트에 적혀 있는 제한적인 영역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게 된다. 이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분절에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말로 설명하지만 실물이 바로 눈 앞에 있고 이 것은 어느 누구의 설명을 필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생각이 불행하게도 그 지점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래서 교과서의 해설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보게 되면 그 생각의 범위는 교과서의 해설범위를 벗어나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 것은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관찰하고 있다면 분명 자기만의 언어로 이해하고 대상을 인지하고 것이다. 그것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도 충분히 아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잉태하게 된다. 그 가능성의 이름은 ‘관심’이다.

체험학습에 참여한 상당수의 아이들은 불행하게도 오늘 내가 학습할 ‘무엇’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상당수의 아이들은 손위에 스마트폰 따위의 재미있는 것에 관심이 있지, 내 눈 앞에 있는 것이 국보 몇호인지,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 어떤 과학적 원리가 있는지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체험학습 현장에서의 첫 번째 미션은 아이들의 관심을 ‘체험학습의 대상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지면 아이들의 관찰이 시작되고 관찰은 호기심과 적극적인 반응을 수반하게 된다.

두 번째 미션은 ‘아이들의 관심을 지속시키는 적절한 대응’이다. 아이들의 관심을 강화하기 위한 스토리, 질문에 대한 응답, 관심을 가지는 대상을 적절히 다음대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 진다면 아이들은 한가지 대상이 아닌 하루 일정 전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대상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체험학습은 집으로 가져갈 수가 없다. 책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볼 수 있지만 현장은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공간이다. 현장을 벗어나는 순간 아이들은 다시 책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집에가서도 그날 하루 겪었던 현장에서의 경험을 지속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이키는 것에 실패하였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대상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느꼈다면 아이는 언젠가는 그 관심을 꺼내 놓고는 할 것이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에서 얻어가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다. 전에 쓴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식을 얻고 싶다면 책을 더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하지만 체험학습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그 대상에 대한, 그 주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는 있다. 그것이 현장에서 직접 오감으로 체험을 하게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