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이가 사라졌다] 2019년 시작하면서 추천하는 부모필독서

등록일 2019-01-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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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작하면서 추천하는 부모필독서 

 

아이는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자란다. 

[우근이가 사라졌다]의 저자 송주한 씨

자폐아들과 부모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한 가족성장 에세이

 


우근이는 장애가 있으니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면 안 돼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이탈하면 위험하면 안 돼

 

우근이는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 부모는 우근이가 사라지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늘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아이는 늘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다시 돌아오곤 했다. 장애를 떠나 호기심 가득한 한 아이 눈으로 본다면 전혀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안 아빠는 하루하루 커가는 아들을 부모 곁에만 묶어둘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고민 끝에 통제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생각하는 자유를 주었다.


장애 학생들은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고, 뭐든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이에요. 기회가 주어지면 장애 학생들도 자신의 잠재능력을 보란 듯이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새 스물두살, 어엿한 청년으로 자란 우근이. 아빠 송주한 씨는 네 살 때 장애진단을 받은 우근이와 함께 했던 시간과 이야기를 책 한권에 담았다. 자폐 아들과 함께한 시간과 이야기를 기록한 [우근이가 사라졌다](한울림 )이다. 그는 이 책 한권에 네살 때 장애 진단을 받은 우근이와 그 가족들이 함께 살아온 시간과 시행착오의 과정, 그리고 더 단단하고 끈끈한 가족으로 살아가게 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아드님은 심한 정신지체입니다

이제야 오시면 어떡합니까?”

우근이는 네 살이 되도록 말이 없었다. 그냥 말이 늦는 줄만 알았다. 말 귀는 잘 알아들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아기발달연구소에서 검사한 결과는 단순한 언어장애가 아닌 정신지체, 즉 신체와 언어기능이 발달 단계보다 많이 느린 발달장애였다.

당시 송주한 씨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우근이는 세 아들 중 막내였다. 막내아들의 장애진단은 두 부부에게 인정하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함께 맞벌이를 하던 아내는 우근이의 치료를 위해 휴직을 했다. 송주한 씨는 외벌이가 되자 회사일에 매달리게 되었지만 사업은 더 풀리지 않았고 아내도 우근이 치료와 뒷바라지에 지쳐갔다.

 

우근이 일로 아내와 의견을 나누다보면 서로 다투기 일쑤였지요. 아내는 매일 눈물을 쏟아내며 밤을 지새웠고 우리 부부에게는 혹독한 시련이었습니다."

 

송주한 씨는 아내가 휴직하고 1년이 지나도 상황이 바뀌지 않고 갈등은 더 심해지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본인도 회사를 쉬고 안식년을 갖자는 결정을 내린다. 시간을 갖고 자기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당시 송주한 씨는 우근이를 휴직한 아내에게 온전하게 맡겨 놓고 아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근이 엄마는 아들을 위해 각종 치료와 책을 찾아가며 자폐성 장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우근이의 장애가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행동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사설학원을 시작으로 소아정신과의 발달 놀이치료, 복지관에서 하는 집단 놀이치료, 병원에서 하는 약물치료 등을 받기 위해 치료실 순례를 반복하면서 우근이가 상처를 입는 일도 생겼다.

안식년의 시간을 가지면서 송주한 씨는 아내에게 복직을 권유했다. 아빠인 자신이 우근이와 시간을 보내는 게 여러모로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런 결정에 한 몫을 했다.

우근이가 네 살 때였는데 신체발달은 빠른 편이어지만 정신연령은 아기나 다름없었죠. 어떻게든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걸고 겁많고 소심하고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의 장애아동이 아닌, ‘아동으로서의 정서는 미처 돌볼 여유가 없었던 거죠.”

 

송주한 씨는 다른 부모에 비하면 일찍 아들의 장애를 인정한 편이었지만 당시 이들 부부가 걸었던 희망은 부모의 죄책감이 낳은 부질없는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머리로는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였지만 마음으로 그것을 인정하지 못해서 겪었던 시행착오였다고 고백한다송이사는 우근이가 싫어하면 치료실 대신 산책이나 운동으로 시간을 보냈다. 우근이가 안정되어 가면서 부부관계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의 좋은 경험과 기회를

부모 스스로 박탈하고 있진 않나요?


 

우근이는 어릴 적부터 혼자서 동네를 순례하고 초··고등학교를 지역에 있는 또래들과 일반 학교를 다녔다.

 

우리 부부의 이런 태도가 마치 우근이를 방임하는 것처럼 보이고 때로는 주위 사람이나 학교 선생님들을 좀 힘들게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위험한 행동이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일어나는 실종 사건 등.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송주한 씨는 그럴수록 부모 스스로가 자식이 홀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부터 그런 믿음을 가지고 우근이를 대해야만, 주변에서도 그런태도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들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통합교육을 통해 아이가 일반 학교에서 또래와 함께 배우고, 지역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했던 아빠 덕분에 우근이는 이제 동네 유명인사이다. 이웃들은 우근이를 만나면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넨다. 이 모두가 한 동네에서 서로를 오랫동안 접하면서 이웃들이 우근이의 장애 특성을 잘 알고 우근이를 자연스럽게 대하게 된 결과다.

 

공자는 논어에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이야기했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서도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이지요. 저는 꿈꿉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 모두가 자신의 특성대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말입니다.”

 

송주한 씨는 자식이 홀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내내 강조한다. 부모로서 장애인 자녀가 더 많은 사랑과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우근이에게 어떤 상황으로 영향을 미칠지 또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장애인끼리만 모여 살아가게 한다면, 앞으로 비장애인과 어울려 함께 성장하고 교육받으며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부모가 아이에게 현실을 알려주며 포기하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장애인의 권리를 회피하려고만 하는지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은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 진단도 빨라졌고 자폐성 장애와 관련한 제도도 많이 보완되었단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송주한 씨는 주홍글씨로 비유하는 아이의 장애등록을 모두 망설인다고 설명한다. 아이의 장애등록을 주홍글씨에 비유하는 것은 장애라는 낙인이 평생 따라다니며 아이가 살아갈 앞날에 피해를 줄 거라는 생각때문이다.

우근이는 외출할 때마다 지갑에 장애등록증(복지카드)를 넣고 다닌다. 송주한 씨는 그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나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사람이고, 이런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거야라는 우근이의 자기 선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인가족을 기준으로 세집만 모여도 장애인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서 장애를 나와 가족을 포함하여 이웃사촌의 고유한 개성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송주한 씨의 설명이다.

 

성장의 시간, 부모보다는 부부로 산다

 

한편으로 송주한 씨는 우근이를 돌보고 지원하는 시간동안 부모역할 보다는 부부관계를 중심으로 자신의 성장기회로 삼았다. 클래식 기타, 연극, 여행 등 취미활동을 열심히 했고, 요즘은 사물놀이에 푹 빠져 있다. 공부도 했다.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내친김에 장애인부모동료상담사 양성교육 과정도 3년에 걸쳐 마쳤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위한 계간지 <함께 웃는 날>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라쉬공동체설립을 준비하는 <사단법인 라쉬친구들> 이사로 15년째 일하고 있다. 아이들 사교육에 투자하기 보다는 가족여행에 더 투자했다.

 

 

이건 우근이 뒷바라지를 저남하면서 장애인 부모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한다고 부모가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원칙도 이때 배웠다. 특히 캐나다에서 시작된 발달장애인과 비장인이 함께 살아가는 라쉬공동체를 방문하고, 우리나라에도 라쉬공동체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 인생의 지혜를 배웠다. 덕분에 우근이를 최소한으로 지원하여 간섭을 줄이고 독립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나름의 교육철학도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우근이도 자신이 선택한 자신만의 삶이 있다면 자신은 자신대로 삶을 꾸려가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부모도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있는 법. 부모로서만이 아니라 부부로서 삶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말한다.

 

자식들에게 부모가 거울이자 멘토입니다.  자식은 부모 뒷모습을 보며 배우고 자란다는 말처럼 우리가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게 바로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깨달음 이후로 그는 부부중심의 미래설계도 하고 아들 셋을 일찍 독립시키자는 목표도 세워서 실천 중이다.

 

시련은 있었지만 그 시련을 가족들을 더 단단하고 끈근하게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송주한 씨가 쓴 [우근이가 사라졌다]는 책 이야기는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지, 무엇을 잊어버렸는 지를 깨닫게 한다. 지난 기억을 기록하는 입장에선 답답하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읽는 입장에선 담담하고 편하게 읽혀서 좋았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식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 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장애 자녀를 둔 아빠의 기록을 넘어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꼭 한번 읽어보길 강권한다.

    

                                                                                             글 : 천선아(드림미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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