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내용.. 어느 정도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파격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태어나는 것이 금지된 셋째 아이인 루크는 미래 없는 현재에 절망하며 숨어서 지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이웃집 셋째 아이 젠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의 진실에 대해 눈뜨는 이야기이다.

이런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책을 우리 친정아버지 연세의 미국 작가가 썼다니..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슬픈 눈과 아빠이 불안한 경계심과, 자신과 달리 금지되지 않은 삶을 사는 두 형들 속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금지된 채 숨어살아야 하는 루크의 외로움과 고통, 막막함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심금을 울렸다. 그 심리묘사가 섬세했던 만큼, 이웃집 셋째 아이인 젠과의 만남과 젠이 알려주는 세상 이야기는 놀랍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사회와 개인의 관계,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온종일 숨어서 두려움에 떨었던 루크와 달리 사회 지배계층에 속해 있어 비밀 통행증을 만들어 쇼핑센터까지 드나들 수 있음에도 젠은 자신의 이름이 박힌 합법적인 통행증을 갖고 떳떳하게 살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이 대목에 대해 아이와 좀더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비록 숨어지내야 하는 삶이지만 안전하게 생명을 유지하며 부모의 도움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당당한 이름과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험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신기하고 독특한 설정만이 아니라 작가는 분명 그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놓았고..

사회 계층이나 권력의 속성, 참된 자유와 국민으로서의 권리 등에 대해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이 생각해보기를 바랄 것이라고 믿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언제나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화두... 참된 삶, 용기있는 자의 삶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는 듯했다.

책 속 '그림자 아이들'은 태어나는 것이 금지된 셋째 아이들이지만.. 상황을 바꿔 생각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여자아이들이 바로 금지된 아이들이었고(우리 엄마는 사주를 잘 보는 누군가로부터 뱃속에 든 아이가 딸이라는 말을 듣고 나를 가졌을 때 낙태수술을 받으려고 병원에 갔다가 읍내 병원 의사가 마침 서울 출타중이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오늘날에도 많은 부모들은 셋째나 넷째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되면 기쁨보다는 고민에 빠지는 것이 보통이라는 사실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어느 책에선가 과거 스페인 군대에 잡히면 노예가 되어야 했던 마야문명지역의 쿠스코 족 사람들은 부부가 한 아이씩 들쳐업고 뛰어 도망치기 위해 데리고 도망칠 수 없는 셋째 아이는 낳지 않거나 태어나도 바로 죽였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차라리 죽는 것이 적에게 잡혀 노예로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림자 아이들은 그 아이들의 부모가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나 지배층의 정책이나 캠페인 등 사회구조가 만들어내는 사실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외동이인 우리 딸이 부디.. "내가 이 시대에 셋째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무식(!)한 독후 소감만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쩝~~ (아~ 생각 없는 예비 중딩!!! 얘 생각하니까.. 왜 이렇게 갑자기 깝깝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