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임석재

옛이야기 1

옛날 옛적 간날 갓적

임혜령 엮음.김정한 그림

 

이책을 쓰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물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도

동화를 많이 읽어 정서의 윤기를 되찾고 밝은 웃음과 마음의 여유를

지니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은이 임석재

 

[옛날 옛적 간날 갓적]은 특히 어른과 아이가 서로에게 읽어 주고 들

려주기를 권합니다. 같이 눈을 맞추고 말로 주고받으며 마음과 기억에

담았던 옛이야기의 따스함과 재미를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하

기 때문입니다. 옛날 옛적 간날 갓적을 달콩살콩 살아온 우리 옛날 분

들과 저와 할아버지처럼요.

엮은이 임혜령

 

차례

 

옛날 옛적

말머리 따기

길을 길을 가다가

소리 자랑

메기의 꿈

너무 과하다

잊음이 심한 사람

범을 잡은 바보

말 잘하는 조개달

녹두 영감

꼬부랑 할머니

빈대와 이와 벼룩과 모기

팥죽 땀

글 잘하는 사위

거울

중국 왕을 놀라게 한 최치원

거짓말

메뚜기와 물새와 개미

범의 통가죽 값

돼지꿈 해몽

허풍선이 이야기

게으른 사람들

할머니와 호랑이

꼬마 신랑

며느리의 방귀

빛만 보인 이바지 짐

부채 장수 아내와 달력 장수 아내

쥐의 사윗감

게와 원숭이

해설

 

며느리의 방귀를 소개할께요~~

 

옛날, 어떤 집에서 새 며느리를 맞아들였는데, 이 며느리가 시집 온 뒤에 몇달 안 가서 얼굴이 노랗게 되고 몸이 쇠약하여져서 그 곱던 얼굴이 아주 형편없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시아버지가 어째서 그렇게 몸이 마르고 얼굴 빛이 못되어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며느리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 시아버지는,

"말 못 할 사정이라니, 그게 무슨 사정이냐? 어서 말해 보아라."

하고 말했습니다. 며느리는 말해야 소용이 없으니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시아버지는,

"네가 이 집에 시집와서 우리 집 식구가 되었는데 시아버지 앞에 못 할 말이 무엇이 있느냐? 어서 말해 보아라."하고 잘 타일렀습니다. 그러니까 며느리는,

 "제가 친정에 있을 때에는 마음대로 방귀를 뀌고 살았는데, 시집 온 뒤로는 그럴 수가 없어 방귀를 참다 보니 이렇게 마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시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그거야 뭐 어려울 것 있느냐. 맘 놓고 방귀를 뀌어라."하고 말했습니다. 며느리는,

"제 방귀는 보통 방귀와 달라서 힘이 센 방귀입니다. 시아버님은 문고리를 꽉 쥐어 잡고, 시어머님은 부엌에 가서 가마솥 뚜껑을 꽉 누르고, 도련님은 지붕에 올라가서 지붕 용마루를 누르고, 서방님은 기둥을 꽉 붙들고 계셔야 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시집 사람들은 며느리가 시키는 대로 각자 제자리에 가서 며느리가 말한 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방귀를 한 방 '펑!' 하고 뀌었습니다. 그랬더니, 시아버지는 문고리를 잡고 비틀비틀하고, 시어머니는 솥뚜껑을 잡고 날려 갈 것 같고, 시동생은 용마루를 잡고 날려 갈 것 같고, 새신랑은 기둥을 잡고 넘어질 것 같고, 집은 무너질 듯이 흔들렸습니다. 며느리는 또 계속해서 방귀를 뀌었습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 새신랑은 모두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며느리는 이것을 보고 방귀를 속시원히 다 뀌지 못하고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 새신랑을 일으켜서 숨을 돌리게 하였습니다.

 "아아! 우리는 그럴 줄 몰랐다. 너 같은 며느리를 두었다가는 제 명에 죽지 못할 것 같으니 너는 그만 네 집으로 가거라."

하면서 며느리를 내쫓았습니다.

 며느리는 그만 시집에서 쫓겨나 친정으로 가다가 어떤 고개를 넘게 되었습니다.

......

 비단 장수들은 별수 없이 비단 아홈 바리를 이 여자한테 주었습니다.

 며느리는 그 비단 아홉 바리를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이때, 색시의 뒤를 멀찍이 뒤따라오던 새신랑이 이것을 보고 얼른 색시한테로 가서 시집으로 돌아가자고 했으나,

 "이게 무슨 짓이오. 언제는 나가라 하더니 이제는 돌아오라 하니, 사람을 어떻게 보고 하는 말이오."

하며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새신랑은 너무 고깝게 생각지 말고 어서 같이 집으로 가자고 자꾸 권했습니다. 그제야 색시도 못 이기는 체하고 시댁으로 갔습니다.

 며느리가 비단을 아홉 바리나 끌고 들어오는 것을 본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어찌된 영문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이 본 대로 말하니까,

 "아이고, 복방귀 뀌는 우리 며느리야."

하면서 반가이 맞아들이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