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흐름을 통사로 잡다

맘스쿨을 통해 좋은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어 뿌듯했던 한 주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서평을 쓰려다 보니 대상연령이 0~3세! 관리하시는 분의 소홀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려다 보니 한국사와 세계사를 통으로 훑어보며 때로는 고등학교 교과서의 수준에 맞추어가며 공부해온 나에게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점에서 대상연령은 결코 유아가 아니다. 적어도 세계사와 세계지리를 한번 쯤 접해보았을 중학생이 적당할 듯 한다.

이어령 선생님의 착안으로 기획된 것인지 작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최경석님의 글로 문명에 대한 교과서 넘나들기 시리즈 10권이 나왔다. 문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로 시작된 1장과 문명의 시작인 4대 문명에 대한 2장, 그리고 서양 문명, 이슬람 문명, 인도문명, 중남미 대륙의 문명, 동아시아 문명 등을 소개한 후 동서양의 횡적 문명 교류와 과거와 미래의 종적 문명교류까지 짜임새있게 내용이 전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어령 선생님의 글은 어렵워서 몇 번 읽다 포기한 적이 있었는 데 최경석님은 배문고등학교 역사선생님이면서 EBS 수능 강사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읽기에 부담은 없었다.

문명은 인간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큰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동체가 형성되고 집단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여기서 나오는데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의 종교적 힘도 그렇고, 민주주의와 군국주의의 사상도 그렇다. 집단을 움직이고 동요하게 하고 변화하게 하는 것이 문명의 흐름에서 오는 힘이 많다. 그렇다면 과거에서 현재까지 문명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문명의 흐름을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포용력있고 좀 더 지속적일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간다면 우리네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작가의 의도이며 이어령 선생님의 김치와 비빔밥의 조화와 융합의 정신일 것이다.

단순히 문명에 대한 지식의 전달이 아닌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용해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생각을 이끌어 행동으로 가게하는 나침반같은 책을 만화로 버무려 만들어낸 책이다. 책을 들고 한 번에 읽어내려가면서도 생각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함께 가지고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깨알같이 보이는 책의 편집이 잘못된 부분이다. P.17의 문명이 형성되는 두 번째 조건의 그림에서 ‘인간대 인간’으로 나올 부분이 ‘인간대 자연’으로 나온 점과 P.93의 이슬람교도의 일생에 한번 꼭 해야하는 의무로 5가지 중 ‘단식’이 빠져있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