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타락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신진 사대부들은 절이 불법으로 차지하고 있던 땅과 노비

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나라의 땅으로 삼았어. 또 나라의 허락 없이 승려가 되지 못하

게 함으로써 승려의 수를 줄이고, 승려가 한양 도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도 했지. 신진

사대부들은 이렇게 불교를 억제하고 불교를 대신한 사상으로 성리학을 택해 유교를 떠받들었

어. 이를 '억불숭유 정책'이라고 해.

그런데 성리학이란 무엇일까? 공자와 맹자가 정리해 놓은 유학을 송나라의 학자 주희가 새

롭게 해석해 완성한 것이 성리학이란다. 그러니까 성리학은 유학의 한 갈래인 거지. 성리학에

서는 자연과 인간에 이르는 우주의 만물을 '이'와 '기'로 설명해. '이'와 '기'를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아주 어려워. 그래도 조금은 알아야 성리학을 나라 이념으로 삼은 조선을 이해하

는 데 도움이 되겠지!

'이'란 변하지 않는 고정불변의 것을 가리켜.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뭘까? 예를 들면 부

모와 자식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 곧 '효'는 변하면 안 되겠지. 마찬가지로 왕과 신하 사이에

도 지켜야 할 '충'이라는 도덕이 있는데, 이 또한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거야.

'기'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어. 사람은 태어나 성장하고, 늙고 병들어 마침내는 죽잖니. 이

처럼 '기'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말해. 사람의 마음도 변화하는 것 가운데 하나야.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한 평가도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성리학에서는 우주의 만물을 움직이는 것은 '기'이지만, 기보다 더 높은 곳에 있으며 근본

이 되는 것은 '이'라고 했어. 사람으로 치면 '기'는 육체이고 '이'는 정신인 셈이지. 또 '기'가

현실이라면 '이'는 이상이라고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