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문학쟁이라 과학처럼 딱딱하게 여겨지는 글은 오랫동안 읽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은 우선 읽어나가가가 쉽고 재미있다.

과학적 무식쟁이이자 중학교 국어선생인 '소설 읽는 봉구'가

중학교 과학선생인 '과학하는 곰'과

넘치는 유머감각을 뽐내며 탁구공을 튀기듯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과학 이야기가 전달되기 때문. 

곰이 풀어내는 과학 이야기는 온갖 문학적 수사를 동원하며

소설보다 재미있는 흡인력을 지닌다.

봉구와 곰의 대화는 주로 지구와 우주에 관한 내용들이다. 

간혹 "원시대기는 수소(H2)와 메탄(CH4), 암모니아(NH3) 같이

환원성 기체(수소와 결합한 기체분자)로 이루어졌다"는 등의 전문적 느낌이 나는

내용도 있지만, 대체로 과학적 무식쟁이들도 조금만 집중하면 알아먹을 수 있을 만하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설명할 때 등장하는 '별의 겉보기 운동', '도플러 효과', '푸코의 진자', '코리울리 효과' 등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나 설명은 할 수 없는 개념들도 쉽게 풀어놓았다. 그래도 나는 한 번 더 보아야 할 것 같지만. 지구를 사랑해서 지구를 맨도는 달이 태양을 사랑해서 태양을 맴도는 지구에게 보낸 러브레터, 태양이 제 얘기를 들려주는 '태양이의 일기' 등도 재미있다.  

태양계 행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의인화된 행성들이 사실 자체와 그리스 신화를 섞어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쓰여 있는데 명왕성이 2006년부터 '134340'이라는 이름의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이유도 나온다. 우주의 팽창과 수축,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도 만나볼 수 있다. 아주 재밌는 얘기로. 

내용은 초등 고학년부터 이해할 만한 것 같고, 두 주인공의 대화방식은 다소 성인의 느낌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