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안오나? 라는 생각이 들무렵 우리 집에 도착한 얇은 동화책 한 권.

피아노와 음악에 호기심이 많은 태우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은 제목에 서평단에 신청했던

"피아노를 쳐 줄께!"였습니다.

 

서정적인 그림으로 뽀로로 같은 선명한 색감에 익숙한 아이에게 호기심을 끌 수 있을까? 라는

미심쩍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기쁜 목소리로 "태우아, 선물 왔네! 엄마가 읽어줄께!" 하고

불러서 옆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태우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맞춰 내용을 읽어 주었어요.

태우도 피아노를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직 배우거나 자주 치지는 않습니다.

캐시와 같은 마음인 태우라서 피아노 배달이 오고, 선생님과 배우는 것에 관심을 보였어요.

연습이 심해지며 흥미가 떨어지는 캐시의 모습은 저의 어린시절과 같아 웃음이 났지만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며 아직 3돌 갓 넘긴 태우는 지루해 지는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울고, 약을 먹는 장면에서 제 모습 같았는지 다시 완전 집중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누나의 '피아노를 쳐 줄께!'라는 마지막은

어느새 동생입장이 되어 책에 빠져들었던 태우에게 인상깊은 마무리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읽은 후 다른 책들을 읽느라 이 새책은 뒤로 밀렸고 개인적으로는

'별로 재미없나보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는 직장맘이라 집에 저녁에 돌아가보니 이미 이것저것 많이 하고 놀았더군요.

한동안 열지 않던 제 작은 키보드식 피아노를 먼저 돌아온 아빠와 신나게 쳤다고 하더라구요.

별 생각없이 웃고 시간이 조금 지나 잘 시간이 되어가서 '책 읽어 줄까?' 했더니

"'피아노를 쳐 줄께' 읽자! 어디있지?" 그러는 겁니다.

정말 잠시 책의 존재를 잊고 있던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편안해 보이는 그림에 동생에게 뒤돌아보며 "피아노를 쳐 줄께!"하는 누나의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던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피아노 운반 차량에도 엄청난 관심을 보였구요. 세심하게 약 먹는 아가 옆에서

누나가 사탕 든 것까지 집어가며 태우가 열심히 그림을 살펴보아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요즘 태우는 자기 전에 꼬박꼬박 이 책을 봅니다.

자극적인 색감과 화려한 그림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서정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표현된 이 책은 '편안함'과 '따뜻함' 그리고 형제애와 함께 '피아노'라는 것에 대해

작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주는 괜찮은 책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동생, 누나, 피아노라는 말을 자주하며 관심가지게 되었지요.

덕분에 한동안 자리만 차지하던 작은 피아노도 종종 이용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눈의 피로를

가라앉히는 서정적인 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