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8살이 된 딸아이가 외모때문에 고민이 많다. 고기와 우유를 좋아해, 날씬한 요새 아이들 무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아이, 그래서 친구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속상해하고 슬퍼지는 속 깊은 딸아이...

 아이가 책을 먼저 받아 보고 엄마가 보기도 전에 내리 3번 읽더니, 자기 방 책장의 VIP석에 꽂아 놓았다. 슬쩍 어떤 책이냐고 물으니, "멋진~ 까마귀요" 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는 목소리가 밝다.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펴보니, 흑백의 선명한 대비가 눈에 띄었다. 알록달록한 다른 그림책과는 다른 느낌이라, 오히려 신신했고, 검정색 까마귀가 더욱 부각돼 보였다....

 자신의 모습을 못마땅해하던 까마귀가 시인할아버지를 만나던 장면부터 마지막 까마귀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장면에서 아이는 두눈을 반짝이며 마치 자신이 까마귀가 된 듯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보둠어 주는 소중한 책이구나 하는 고마움이 들어 나 역시 이 책이 꽃힌 아이의 책장을 볼 때마다 흐뭇해져 온다. 그리고 까마귀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해주었던 소중한 시인할아버지 같은 멋진 친구들도 만나게 되길 마음 속으로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