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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의 그림과 글 모두에서 소년의 감정적인 심리를 잘 드러낸다. 예컨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숙모네 맡겨진 소년은 발끝만 보며 춥고 황량한 거리를 걷는다. 이때 배경이 되는 거리도 그렇지만 함께 걷는 행인을 그림자나 투명인간 쯤으로 표현해 낸 것이 그 예가 된다. 어떤 것과도 소통하고 싶지 않은 마음, 빗장을 걸듯 단단히 벽을 쌓으려는 마음이 읽힌다. 세발이와 눈이 마주쳐도 살랑거리며 꼬리를 흔들어도 모른 척하고 싶었던 게지.
한편 세발이 역시 상처입은 개지만 타인에 대해 공격적이거나 적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상처가 있기에 소년의 상처가 더 잘 보였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어쩌면 아주 못된 편견일지 모른다. 상처가 있다고 해서 편협하거나 퉁명스러울 거라는 생각.
세발이는 떠돌이 개지만 마음이 넓고 누구에게나 꼬리를 흔들어 보임으로써 본래부터 낙천적이거나 쾌할했던 성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점이 소년에게 힘이되고 위안을 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되기도 하고.
소년은 어느날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이후 학교도 가지 않고 혹시라도 돌아올지 모를 엄마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세발이는 언제나처럼 소년을 보고 반가움을 표시하고 소년과 세발이는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빠르게 달린다. 그러면서 소년은 웃는다. 그것만으로도 소년의 감정이 많이 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년과 세발이는 그렇게 친해진다.
세발이도 소년도 사람들과 숙모로부터의 관심 밖으로 밀려자지만 소년은 세발이와 함께라 외롭지 않았다. 둘은 서로의 좋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소년은 세발이와 헤어지려 버스를 타고 떠난다. 많은 날이 흐르고 소년도 성장하여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지만 늘 혼자 걷고 있다. 그렇지만 눈 감으면 세발이와 함께 했던 길이 보이고 나를 보고 있는 세발이가 있어 앞으로도 계속 걸어 갈 수 있는 위안을 받는다.
세발이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어른이 된 소년에게서는 늘 그랬듯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 쓸쓸함과 더불어 책 전체에서 풍기는 차가운 느낌이 썩 유쾌하지 않고 깊이 숨겨 있는 감동을 이 책을 읽게 될 저학년 아이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의문이다. 마치 어른을 겨냥한 그림책 같다. 그림책이 꼭 어린이 대상이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의 인생길에도 누군가가 있어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사람이 있다. 그게 누구든 현재 옆에 있지 않더라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미소지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 소년에게는 세발이가 있어 길을 걷게 했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