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들이 휴가를 갔어요

이금희 글그림

느리보 출판사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경기도 외각 신도시에 산다. 이곳도 높은 아파트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지만 공원도 많고 나무도 상대적으로 많다.

예전엔 서울에서 태어나 그런 숨쉬기 조차 힘든 지역에 사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시골을 제외하곤 모두 그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좁고 구불하고 땅값은 금싸라기라 다닥다닥 붙어있고 보행자가 걷기에도 불편한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길에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땐 내 마음도 조마조마하다. 지금은 이런 곳에 살 돈도 없지만 살고 싶지도 않다. 내가 살아왔던 곳인데도 서울에만 오면 숨이 막힌다.

나무라곤 보기 힘들고 높은 지대에 우후죽순 세운 아파트들이 즐비하거나 동네 주택가는 다세대주택으로 변신한지 오래다. 이제는 주차장문제로 이웃끼리 옥신각신 티격태격 싸운다.

이런 마음을 지은이는 잘 아는지 “건물들이 휴가를 갔어요”에서 보기만 해도 숨기기 어려운 현란한 건물들과 광고로 뒤덮인 마을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휴가를 갈려는 찰나에 건물들이 휴가를 가겠다고 확성기로 시위를 한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에 건물들이 성큼성큼 여행을 떠나버린다. 작가의 상상력이 작동하는 것이다. 건물들이 빠진 공간엔 잠잘 곳도 없이 휑하니 넓은 공터만이 남았다.

사방이 다 뚫리니 숲에서 부는 바람도 늘낄 수 있고 휴가를 못간 사람들 마음속도 여유로움이 생긴다. 세상은 신나는 놀이터.

건물들이 휴가간 장소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은 함께 즐긴다. 이것이 휴가가 아니고 무엇인가?

휴가를 끝낸 건물들이 꽃향기와 풀냄새를 선물로 가져온는 것도 참 재미있다. 아이도 나도 마음에 미소가 절도 난다. 도심속에 꽃향기를 날라온 건물들... 다음에는 정말 휴가를 가려고 벼르던 사람들이 또 당하는 재미있는 반전이 기다린다.

이번엔 휴가철에 집중호우로 집에 있지만 짧은 휴가철로 바다나 계곡은 사람들로 붐빈다.

휴가를 가기위한 긴 정체된 도로를 보면 휴가가 아닌 전쟁이다.

주변에 숲과 공터와 공원이 더 많다면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먼 바다로 휴가를 떠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건물들도 쉬고 싶다고요~~ 건물들도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