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10시가 조금 모자란 시간에 책이 배달되었습니다.
작은 책 한 권에 갑자기 기분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얼른 풀어 읽어봤지요.
5개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있는 <사료를 드립니다>를 먼저 읽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동네 개들에게 물릴뻔한 일이 있어서 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커다란 진돗개를 키우실 때에는 달려오는 개를 가족들 누군가가 잡고 있지 않으면 마당을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했습니다. 개를 싫어하는 나를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시베리아 허스키라니...장우네 엄마처럼 털날리지, 똥도 많이 싸지, 많이 먹지, 나이도 많지...아이들이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진짜 기른다는 것은 정말 아이하나보다 더 손이 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동물들이란 그냥 귀찮고 돌봐주어야 할 존재일 뿐이었지요. 사슴벌레 한 마리를 키울때에도 명절에는 고민했으니까요. 마지막에 장우처럼 말이죠. 가족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아빠께 정말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딸들과 마음을 나누거나 대화를 거의 하지 않던 아빠를 무시하거나 비웃기만 했지 왜 아빠가 개를 키우려고 하는지는 이해하려 하지 않았으니...
<조폭 모녀>는 신랑과 아이와 한 페이지씩 순서대로 읽어보았습니다. 아이 아빠는 세번쯤 읽고 나서 잠들었기는 하지만, 번갈아가며 읽는 것은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조폭이 뭔지 모르는 아이에게 그 단어를 설명해줄 때에는 '이렇게 자세히 말해줘야 할까? 이걸 지금 읽어줘야 할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민지의 생각을 엿보면서 그런 생각은 싸~악 사라졌습니다. 그 시절을 겪어본 경험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장에 들어가자 - 솜사탕을 다 먹고 손가락에 몯은 설탕가루를 빨아먹는 아이처럼 아쉬웠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길, 책은 아무나 쓰는 것이다... 또다른 사람은 책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아무나 써도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로군... 삼십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어도 다시 어릴때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 저녁 어스름한 무렵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해질 무렵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대. 왜 그런지 알아?" 물론 이 책에서 봤다는 얘기는 쏙 빼구요. 아직 건조주의보는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이부분만 빼고 읽을까 생각중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앗싸"하며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