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인 12살 아들이 엄마가 둘째를 임신하면서 스트레스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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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트라우마 테라피]저자)

아이를 가지게 된 것 너무 축하드립니다. 첫 아이가 발달장애인 경우 둘 째 아이가 부부에게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고 매우 중요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아이가 성장하고, 학교도 졸업을 하고,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런데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그러한 삶의 가능성을 누리지 못하고 따라서 그런 부분을 누리지 못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것이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가정불화나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게 되면 가족도 더욱 단단하고 따뜻하게 유지가 되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 큰 아이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발달장애인 아이가 어디까지 감정과 말을 이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모와 주위의 시각차가 항상 존재합니다. 부모님들은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부모이기에 느낀다고 생각하십니다. 반대로 주위에서는 아이가 온전히 느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 때문에 아이의 단순한 표현에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님들이 너무나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그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 중간에 해당되는 점이 맞겠지요. 그런 점에서 “11월에 아이 없어”라는 큰 아들의 말이 꼭 둘째를 반대하는 말이라고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어쩌면 엄마의 변화하는 모습 그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반복적인 말은 발달장애 아동의 특징이고 그 말은 결국 부모가 많이 사용하는 말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아버지, 어머니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주된 이슈이기 때문에 아이가 반복을 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래서 굳이 매번 둘째가 태어나도 그대로 큰 아드님을 사랑한다고 반복해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냥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서 하시면 됩니다. 부모님도 너무 지치시면 “11월에 동생이 나온다”고 해보시고, 그 말에 대해서 아드님이 “11월에 아이 없어”라고 하면서 평소에 본인이 사용하던 말을 부모가 반복해주기를 요구하면 “11월에 아이 없다”고 하시면 되요. 만약에 지금부터 부모님이 반복적으로 “11월에 아이 있어” 라고 반복을 하면 나중에 아드님은 “11월에 아이 있어”라고 반복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 때 부모님들이 “11월에 아이 없어”라고 큰 아드님의 말과 반대로 하면 또 “11월에 아이 있어”라는 말이 부모님 입에서 나올 때까지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큰 아드님이 어느 정도까지 의사소통이 되는지 치료진이 직접 보지 않아서 정확한 답변은 아니지만 제 생각은 대략 앞에 설명드린 바와 같습니다.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큰 아드님의 지능을 심리검사를 통해서 정확히 측정해야 되겠지만요.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걱정이 되는 부분은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났을 때 발달장애인 큰 아들이 걱정이 되어서 둘째를 가졌다는 부분인데요. 둘째가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 부모님들이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요. 형이나 오빠가 발달장애인 경우 둘째가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습니다. 부모님들은 형제 사이니까 무조건 이해하라고 하지만 둘째의 입장에서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형이나 누나와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유언 무언으로 네가 형 혹은 오빠를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게 되면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힘들어합니다. 그냥 둘째는 둘째의 인생이 있고, 둘째가 잘 자라도록 도와주고, 오히려 형을 돌보는 것이 너의 책임일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동생이 생기게 되면 앞으로 온전한 동생에게 모든 관심과 사랑이 기울여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부모님들이 죄책감을 지니고 계시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말도 첫째가 둘째를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큰 아이는 반복적으로 아이에 대해서 말을 꺼내게 되고, 그것이 부모님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둘째의 임신을 진정으로 축하드려요. 그리고 두 분도 둘째의 임신을 진정으로 기뻐하시기를 바래요. 아버님, 어머님이 많이 웃고 둘째의 탄생을 기뻐하고, 죄책감을 버리시면 첫째의 표정도 밝아지면서 반복하는 말도 달라지고, 같은 말이라도 부모님의 입장에서 좋은 쪽으로 다르게 해석이 될 겁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트라우마 테라피]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