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져서 공부를 안 하는 중 3 아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겉으로 볼 때는 다 같은 게임중독인 것 같지만 그 원인은 다양합니다. 우선 감정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들 사이가 안 좋은 경우 아이들은 성적도 떨어지고 게임에도 몰두합니다. 재정문제를 비롯해서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아이들은 게임에 몰두하게 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집안이 어려우니 너라도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도 10였을 때를 돌이켜보면 마음이 뒤숭숭하니까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를 야단치고 채벌을 해도 문제는 더욱 악화됩니다.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에 부모 사이가 나쁘다면 아이 앞에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경우 아이에게 숨기기보다는 잘 견디어줘서 고맙다고 칭찬을 하는 식으로요.

때로는 부모가 지나치게 엄격한 경우 게임으로 아이가 감정을 풀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가 엄격하게 시키면 아이가 따라가지만 10대가 되면 부모가 엄격하게 하면 할수록 그러한 부모의 태도 자체가 아이들 마음 속에서 무의식적 분노를 야기합니다. 부모가 야단을 치면 아이는 더욱 반항이 되고, 부모는 아이를 잡아야 된다는 생각에 더 심하게 야단을 치고 아이는 더욱 반항적이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마음을 잡아서 악순환이 중단되기를 바라지만 그러한 악순환을 멈추는 것은 결국 부모의 몫입니다. 그냥 조금은 거리를 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공부와 게임의 관계도 아이의 편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게임을 해서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아이가 게임하는 시간에 공부를 했다고 해서 성적이 올라갈까 그것은 미지수입니다. 사실 많은 아이들은 어차피 공부를 해도 성적이 안 나오니까 게임을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실상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는 상위 10%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들러리니까요. 성적이 올라서 중간이 된다고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좋은 학교 가기는 글렀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부모가 속상하지만 사실 가장 속상한 것은 아이 본인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보면 얼마나 속상하고 짜증나겠어요. 그래서 아이를 위로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우울증이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으면서 게임에 과몰입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우울증이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하면 호전됩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와도 관계없고,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아닌데 진짜 순수하게 게임에 과몰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게임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도 안 좋아지고, 공부도 안 하게 되는 것인데요. 마음의 문제갸 아닌 뇌의 문제입니다. 게임을 했을 때 뇌가 쾌락을 느끼고 흥분하는 정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매우 높은 경우입니다.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 야단치고 화낸다고 해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치료전략을 세워서 차근차근 게임 시간을 줄이도록 해야 합니다.

아드님이 시험을 한 번호로 다 찍어서 많이 당황하고 화가 나셨지요. 그런데 대체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10대의 경우 절망감과 우울감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울감, 절망감, 분노가 얼마나 심한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악화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부모님도 괴로움을 덜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상담을 한번 해보도록 권해드립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