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할 일은 척척 잘하는데 책 읽기만 싫어하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어떻게 해야지 책을 많이 읽게 할 수 있을까요?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 책을 많이 읽었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언론에 나와서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개 50대입니다. 그들의 세대에서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정보를 많이 흡수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책과 신문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 TV, 라디오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접한다. 책은 정보를 구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학습유형 중 읽기유형은 독서가 정보를 얻는 주요 방식일 수 있지만 듣기 유형은 학교나 학원에서 수업을 잘 들어서 정보를 얻게 됩니다. 부닥치기 유형은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묻거나 탐방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책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어야만 한다는 가정은 맞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읽기 유형에게는 유용한 정보 습득 방식이겠지만 듣기 유형, 부닥치기 유형에게는 억지로 책을 읽느라고 앉아 있는 만큼 다른 형태로 정보를 습득할 수 없기에 손해를 보게 됩니다. 억지로 독서를 권하는 것은 좋은 학습방법이 아닙니다. 즉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아이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교과서와 참고서를 제외하고는 다른 책은 쳐다보지 않습니다. 따님 같이 자기 앞가림을 잘하는 아이들은 필요하게 되면 입시에 나오는 소설, 시, 고문, 산문은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습니다. 어려서 책 좋아한다고 엄마들이 자랑하던 아이 중에는 막상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와 관계없는 책 읽는데 시간을 빼앗겨서 시험은 엉망으로 보는 아이들도 종종 발생합니다. 어머님도 중고등학교 때 돌이켜 보세요. 이런 저런 책은 많이 보는데 공부는 못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교과서 외에는 절대로 다른 책은 들여다 보지 않는데 전교 1등 하는 아이도 있잖아요. 따라서 책을 많이 읽어서 공부를 잘 한다는 말은 교과서만 보고 서울대를 갔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뻔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책 안 읽고도 출세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책을 억지로 읽게 하지는 마세요.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인과관계를 반대로 생각한 것이거든요. 확률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책도 많이 읽게 됩니다. 읽기 타입이기 때문이지요. 책이 아닌 다른 경로로 정보를 얻는 것이 자신에게 맞는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아무 효과도 없습니다. 아이가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얻는 것을 방해하는 것일 뿐입니다. 굳이 아이에게 책을 읽게 하고 싶으시다면 독서와 관계된 사교육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권장도서를 순서대로 억지로 읽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점에 가서 무엇이 되었건 아이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고르는 책으로 시작하세요. 소위 전문가가 권하는 책들을 억지로 권하다 보면 독서에 대한 아이의 거부감만 더욱 심해집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