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생활을 지켜주세요.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이제 11살이면 남아아이들은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 하는 나이가 됩니다. 우선 아드님의 성격이 일단 내성적이라는 것은 본인이 불편하게만 여기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는 내성적인 성격에 익숙한데 부모는 그러한 성격을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가 외향적인 경우 부모는 자꾸 자녀와 말을 하고 싶어 하고 뭔가를 계속 같이 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내성적인 자녀는 나이가 들면서 엄마와 시시콜콜 얘기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냥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아이를 편하게 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자식 하나만 바라보고 세상을 살아가는 부모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녀는 점점 커나가고 사생활을 원하는데 부모는 아이의 사생활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아이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도 하고 싶어서 자꾸 이것 저것 묻기도 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주말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요. 많은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말은 안 하지만 부모의 그런 태도가 편하지 않습니다. 그 나이부터는 부모가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져야 하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 비밀이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아이가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아이는 점점 더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엄마와 말을 하지 않으려 하고 말해도 상관없는 것까지 숨기게 됩니다. 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그런 현상 중 하나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자꾸 보호하려고, 아이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도움의 형태로 간섭하면 할수록 아이는 자꾸 엄마가 버거워집니다. 그러다보면 마음의 독립이 어려워집니다. 엄마만 보면 답답하고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사귀는 것도 힘들어해요. 엄마는 아이가 너무 내성적이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데 아이를 내성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버거운 엄마의 끈끈한 애정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속이고 싶지 않을지 몰라도 아이는 엄마에게 숨기고 싶은 것이 당연히 생깁니다. 어머님은 아드님이 자식이면서 친구이면서 모든 대화와 감정을 나누는 대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아드님은 어머님과 친구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아드님은 어머님은 어머님으로 대하고 싶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필요할 때 엄마의 도움을 청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점점 더 엄마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할 것입니다. 어머님은 그것을 멀어진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원할 때, 원하는 형태로 할 때 그것이 상대방에게 애정으로 느껴집니다. 상대방이 원치 않을 만큼 많이, 상대방이 원하건 원치 않건 항상, 내가 원하는 형태로 하는 사랑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갑갑한 구속으로 느껴집니다.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주세요. 아이를 조금은 놓아주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도 자녀를 위한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일정부분 살아야 합니다. 지금 어머님한테는 아드님이 다인 것 같아요. 아드님은 이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독립된 마음의 영역이 더 커져갈 것입니다. 아드님의 마음에서 어머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줄어들 것입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 말고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어머님이 찾으셔야 합니다. 엄마가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도 그런 엄마를 보면서 행복해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이제 부모로부터 멀어져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입니다. 그 때부터는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의 마음도 성숙해지고 점점 어른이 되어갈 수 있습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