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화를 잘 내고, 잘 삐지는 7세 여아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7살이면 말도 알아듣고 훈육이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아직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아이가 친구관계, 대인관계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데는 우선 타고 내어난 기질이 작용을 합니다. 얼굴이 저마다 다르게 태어나듯이 뇌도 다르게 타고 태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격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신 문제 행동을 조금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쁜 행동을 없애는 것 보다는 나쁜 행동을 했더라도 사과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아직은 따님이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다 보면 친구를 잃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상대방 아이들도 어리기 때문에 따님이 화를 내거나 졸라대면 어느 정도 반응도 보입니다. 따라서 우선 따님 스스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친구들이 떠나간다는 것을 느껴야 합니다. 그러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 아픈 경험을 통해서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따님이 뭔가 문제가 되는 행동을 보일 때 이렇게 했어야 한다 저렇게 했어야 한다 엄마가 말하는 것도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바른 행동을 엄마가 얘기하면 따님은 더더욱 화가 납니다. 친구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화가 나 죽겠는데 엄마가 훈육을 하면 따님은 어머니한테도 야단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은 다 잊어먹습니다. 친구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욱 엉클어집니다. 그래서 아이가 힘든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슬퍼하면 일단은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 차라리 도움이 됩니다. 지금부터 네가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해서 아이가 깨닫고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아이 편을 좀 들어줬다고 해서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 더욱 나쁜 아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은 7세여서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보세요. 엄마가 보기에는 아이가 조금 더 의젓하게 행동했으면 하고 아이처럼 굴면 답답하지만 어머님도 그 나이 때를 돌아보면 따님의 입장이 이해가 갈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비슷하게 큰다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아빠, 엄마는 놓치고 있지만 따님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을수록 오히려 아이가 더 퇴행적인 행동을 보이는 역설적인 경우도 있구요.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