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없는 아이 애착형성이 되어 있지 않은 걸까요?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

아이의 성격은 모두 제각각 다릅니다. 불안이 거의 없는 아이도 있고 불안이 심한 아이도 있습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낯가림과 분리불안이 다른 심리 현상이지만 불안이 심한 아이들의 경우 낯가림도 심하고 분리불안도 심한 양상을 보이면서 두 현상이 겹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반대로 불안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불안이 거의 없는 아이들을 보면 어려서부터 순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백일쯤 낯가림을 하고 그 다음에 별다는 불안 증상 없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와 모두와 잘 놀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잘 따릅니다. 친구들 집에 가서도 뭔가에 빠지면 엄마를 안 찾고 잘 놉니다. 집에서도 장난감을 갖고 혼자 잘 놉니다.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노래 듣고 춤추면서 재미있게 놉니다. 그 만큼 안정적인 것입니다. 애착형성이 잘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어떤 엄마들은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를 보면서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양육관련 글을 보면 분리불안은 애착형성과정에서 보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어머님들은 그 구절을 역으로 해석합니다. 분리불안이 없는 것을 애착형성이 안 되어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분리불안이 없거나 약하다는 것이 애착형성이 없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더군다나 거울을 보면서 혼자서 잘 노는 아이들의 경우 “나는 나”라는 개념이 심리적으로 분명한 것이기에 애착형성이 잘 이루어져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엄마와 둘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엄마와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하면 그 정도로 충분한 애착형성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오면 쪼르르 그 쪽으로 간다고 해서 불안해할 이유도 없고 서운해 할 이유도 없습니다. 단 어려서 너무 활발하고 모든 사람들을 다 좋아하는 아이들 중 극히 일부에서 나이가 들면서 산만한, 집중력 부족, 충동성이 두드러지는 수가 있습니다. 그 때는 ADHD가 아닌지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좋은 부모 콤플렉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