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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은 어머니만의 몫이 아니다
나는 왜 딸바보 아버지가 되었나?
오픈 국어사전에 딸바보라는 단어가 등재되었다.
딸을 각별하게 아끼는 아버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신문기사나 TV 프로그램에 이 신조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니 우리 시대 딸바보 아빠들이 확실히 많아진 모양이다.
첫째인 아들을 내심 깊이 아끼면서도 최근 몇 년간 내 행동을 돌이켜보면 영락없는 딸바보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적어도 한 학기에 한번은 딸아이 학교에 꼭 방문했고, 담임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도 자주 나누었다. 심지어 학부모 위원에 출마하려고 했다가 딸이 말리는 통에 관두기도 했다.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영재교육원에 들어간 뒤로 “나도 이제 영재 아빠”라며 주변에 딸 자랑도 많이 하고 다녔다. 딸이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진작 아들바보는 못 되었을까? 생각할수록 후회가 많이 남는 일이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나는 대한민국의 여느 아버지들처럼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교육에 시간을 쏟지 못했다.
아내와 처가에 자녀교육의 많은 부분을 전담시키는가 하면 학습에 관한 부분은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과 적당히 타협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에 수동적인 입장이 되어 아이를 지원하는 방법을 모르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자녀교육에 철학이 부족했다. 아이는 부모의 그릇만큼 성장한다는데, 나는 준비가 안 된 부모였던 것이다. 둘째 아이가 태어날 무렵 아버지로서 교육에 중심을 세워야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우선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내고, 대화시간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나는 주말과 휴일이면 만사를 제쳐두고 일터가 있는 서울에서 처가가 있는 지방까지 내려갔다.
프리랜서 워킹 맘이었던 아내가 바빠지면서 혼자서 내려가는 날도 많아졌다.
이때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면서 저절로 자녀교육에 분담이 이루어졌다.
둘째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아이들도 서울로 올라왔다.
딸을 유치원까지 데려다 주면서 날마다 파이팅을 시켰다.
작은 체구에 고사리 손을 불끈 움켜쥐며 파이팅을 외치는데 목소리 하나는 쩌렁쩌렁했다.
아침마다 잘 한다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딸도 아버지 애정에 부흥하기 위해 예쁜 행동을 많이 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애정이 점점 더 깊어졌다.
이렇게 아이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딸바보 아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버지가 쏟는 애정은 아이의 성장에도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의 무게감 있는 한마디가 자녀에게 깊이 있는 교훈이 되어 평생의 좌우명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는 아무리 바쁜 남편이라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자녀의 성장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며,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강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