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마음은 언제나 바쁘다.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을 인솔하여 체험을 하고, 전시장을 둘러보아야 하고, 영상상영등의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아이들에게 영상도 보여주어야 하고, 부모님이 마중나오는 시간까지 아이들을 인솔해서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을 정해진 장소로 이동시키는 일. 쉽다고 생각하면 쉽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일. 하지만 교육을 하면서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예를 들어, 경복궁을 3시간동안 돌아보는 체험학습프로그램이라면 광화문에서부터, 저 끝 안쪽 집옥재까지 인솔해서 들어가보는 것 만으로도 벅차다. 많은 체험학습 선생님들이 그러하듯.

건물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여기는 ‘000을 하던 건물이야’ 정도만 이야기 해주고 넘어가기에도 숨넘어가는 일정이다. 많은 학부모님들은 3~4시간이면 체험학습 한곳을 보기엔 충분하다라고 생각하고는 하시지만 백번도 넘게 가본 경복궁같은 장소는 한 일주일간 들어가서 보아도 할 이야기 넘쳐나는 공간이다. 다만 우리는 시간에 쫓겨 그런 곳을 몇 시간 만에 돌아보고는 그 것을 다 보았다고 이야기 하고는 한다.

1950년대 교과서 없이 6년에 걸쳐 소설책 ‘은수저’ 한권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이 있었다. 일본의 중학교 교사 하시모토 타케시는 교과서 없이 진행한 교육과정을 통해 해당학교는 당대 최고의 명문학교로 만들었고 그의 제자들은 일본의 주요 리더로 성장시켰다. 은수저 책 한권으로 진행한 교육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한권의 책을 꼼꼼히 읽어보고 하나하나 모르는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알아보고 책의 구조를 구조화시켜보고 소설에 나오는 갈등구조에 대해서는 찬반토론을 해보고 책에 나오는 놀이는 직접 해보는 등 책을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교육의 주제를 꺼내어 오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체험학습도 이제는 슬로리딩과 비슷해져야 한다.

경복궁의 건물배치는 음양오행을, 각 건물들의 이름에서는 각종 고전에서 시작한 인문학적 의미가, 그리고 각각의 건물들에서는 그 공간에서 이루어 졌던 역사적 사건들과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의 대부분의 체험학습 선생님들은 중간단계는 건너 뛰고 바로 1차원적 지식만 전파하기 바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경복궁 처마위의 잡상을 이야기 하려면 삼장법사와 손오공이 등장하는 ‘서유기’에서부터, 도교, 불교이야기까지 진행해야만 한다. 경복궁 근정전 앞 ‘정’(鼎)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단순히 왕권의 상징이다가 아니라, 중국의 고대설화 삼황오제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꼭 이런 지식중심의 교육이 아니도 좋다. 처마끝 물고기 모양 풍경하나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고, 인왕산과 이어지는 근정전 곡선의 아름다움을 다른 언어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비싼돈과 피같은 시간을 들여서 찾아가는 체험학습, 이젠 몇 번씩 다녀와도 똑같은 것만 반복적으로 이야기 되는 체험학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젠 백과사전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뻔한 일차원적인 지식이 아닌 입체적인 지식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체험학습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어떨까. 많은 체험학습선생님들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학부모님들이 기대하는 체험학습도 이제는 일정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것을 보느냐가 아닌 얼마나 입체적인 교육을 진행하느냐로 바뀌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