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쿨] [RE] 한글교육에서 손해볼 게 있다면?

[RE] 한글교육에서 손해볼 게 있다면?
글쓴이 은체 등록일 2001-09-28 22:02 조회수 3,810 댓글 0 글자확대 글자축소

공감이 가는 말이네요.

우리 딸 지금 34개월을 향해 가고 있는데 한달 전부터 놀이식으로 한글과 놀고 있습니다. 저랑 둘이서

시작의 동기는 오빠(6세)가 요즘 저란 책 읽는 놀이를 합니다.
수수께끼 놀이도 하고(물론 아이가 읽으면서 내는 문제) 글도 번갈아 읽고 하니 부러웠던지 저도 책을 읽는 시늉을 하는데 자신이 없으니 모기만한 소리로 읽습니다.
그래서 시작을 했네요.

마음이 조급하고 가끔 오빠랑 비교도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선 안되겠다 마음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우리 큰아이의 한글 시작은
30개월에 했어요.

어느날 밖에 나가 놀다가 제가 문에 써 놓은 "문"이라는 글자를 보더니
"엄마, 왜 곰을 써 놓았어?"라고 묻길래 시작했는데

통글자를 조금 해 주었더니 2개월 후 (2년전 이맘때쯤) 컵라면을 먹다가 "ㅎ"만 있으면 "전화기"였고 "ㅁ"만 있으면 "말"이라고 하더군요.
그후 동생이 태어나서 제대로 못해주고 책만 많이 읽어줬어요. 만 4세때부터 스스로 읽으려고 노력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지금은 6세이니 웬만큼 읽어요.(11월생 6세 입니다.)

한글 떼는데 1년 반 걸린셈이죠.

제가 하고픈 말은

큰애가 공간지각능력이 좀 있더군요.

레고도 잘 만들고(한 작품 완성시키느라 10시간도 앉아 있더군요.-대부분은 부속 찾는데 할애되죠) 패턴도 꽤 잘 하고.

그래서 요즘 생각에 혹 한글을 스스로 깨친것이 아마 많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한글 깨치는 거 아이가 감당하기에 많이 힘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많은 것들의 차이점을 찾고 구별해서 익힌다는게 참 힘들죠.

그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능력이 개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먹여주지 말고 먹을 수 있는 방법만 유도해 준 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요즘은 문자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 스스로 깨치더라구요.

느긋하게 지켜보는 엄마들의 마음이 필요한 때인것 같아요.

저는 쑥쑥을 지켜보면 이런 생각에 빠집니다.

애들이 어릴때는 엄마가 주가 되어 아이들을 이끌어 가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따라 옵니다. 그래서 한글도 일찍 깨치고 그 다음엔 영어 그 다음엔 한자,---- 아이들도 잘 따라오고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겠죠.

하지만 유아기때 더 중요한건 아이들이 자아가 더 생겨 엄마의 말에 no라고 할때 어떻게 해 주어야하나?

그럴때 난감할 것 같아요.

"엄마가 먹여주는 것 싫어요." 라고 말 할 나이가 되었을때 잘 인도해 주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과연 내 아이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 때 어떻게 설득하여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해주는가를 지금 생각하여
그때를 위해 지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때를 위해 바른 인성을 심어주고 바른 길로 나아가는 지혜를 길러주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찾아서 나아가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글 빨리 가르치고 영어 빨리 익히려 하는 것보다 아이가 주체가 되어 나아가는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법을 조금씩 가르쳐주는 때가 지금이 아닐까?

지금 한글 다 읽고 받아쓰기 다하고 수학 웬만한 더하기 빼기 다하고 은물에서 모서리 꼭지점 다배우고 영어 웬만큼 하고 초등학교 1학년 입학 합니다.

"엄마, 학교가 시시해 다 아는 것만 해. 가기 싫어"
그렇다고 월반을 시킬까요.
집에서 엄마가 독학을 시킬까요.

학교가 시시하고 재미를 못 붙이면 어떡하지요.

그다음은 정말 난감합니다.

정말 중요한 때 이런 일이 생기면 앞은 더 깜깜하죠.

그런 저는 잘 하냐고 묻는다면 그만 쓰고 갈랍니다.

한글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