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기획 기사가 있어 담아왔습니다.
경향신문에서 우리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 기획으로 다룬 기사입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serial_list.html?s_code=af146>
어릴 땐 조기교육과 각종 학습지, 문화센타, 키즈카페 등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
다른 아이들과 놀 시간이 없고,
초등학교 입학해서는 선행학습으로, 학원으로 전전하느라 또 놀 시간이 없고,
중학교 입학해서는 특목고다 자사고다 고입 시험 준비로 학원을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고,
고등학교 입학고 동시에 대입을 준비하느라 놀 시간이 없고,
대학가서는 취업 준비하느라 1학년때부터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서를 끼고 살며,
다행히 취업을 해서는 학자금 대출 값느라 여유부릴 시간이 없고,
결혼해서는 내 집 마련하느라 허리띠 풀 시간이 없고,
그렇게 부모가 되어서는 또 내 아이에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느라 시간이 없고...

이 서글픈 현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감내하며 살아가라 말하기엔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들과, 동생과, 또 혼자서 놀이에 빠져 저렇게 환하게 세상을 밝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말이죠.
놀이의 힘이 학교에서 부모가 걱정하는 것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놀이의 힘이 공부하는 힘이며, 잘 놀았던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내 아이가 놀 때, 다른 아이는 영어 학원에, 수학 학원에 가 있을텐데...'
'말로는 그렇지만 현실은... 지금 아니면 뒤쳐지게 돼!'
'쳇! 전문가 지들은 뭐 아이를 저렇게 키웠을 것 같애? 좋다는 건 다 시켰을 거다!'
부모로서 내 생각에 대한,
내가 꿈꾸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합리화는 아닐까요?
기사를 읽어가며 5, 6세가 된 두 아이들의 과거 놀이 역사(?)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뒤지고, 사진들을 찾았습니다.
다른 집 아들들도 이렇게 노는지 궁금해 올린 글이 있더군요.
2012년 3월 23일의 기록.
1. 주방놀이 싱크대에 물 부어 소꿉놀이 장난감을 씻으며 방을 수영장으로 만들어 놓기! 뭐하냐고 묻는 엄마에게 해맑은 얼굴로 "나도 엄마처럼 설겆이 하고 있었어요. ㅋㅋ"
2. 아파트 복도 계단 5개를 뛰어 내리며 엉덩이로 착지하기! 그러다 두 발로 다시 착지 시도. "엄마, 나 이렇게 잘하지요?"
3. 싱크대 문 열어 주방기구 꺼내 연주하기! "나는 음악가가 될거에요, 루피처럼."
4. 종이 쇼핑백 뒤집어 쓰고 로보트 놀이하며 거실 기둥에 머리박기! "삐삐비빕. 나는 로보트다! 아가, 오빠 멋지지?!"
5. 거실 소파 등받이 위에서 뛰어 내리기! "아가 비켜~~~ 쿵! 아가, 너도 해볼래? 진짜 재밌어!"
6. 고추를 고무호스로 가지고 노는 아들. 쉬 하는 도중 엄마에게 발사 하기!!! "히히히. 엄마, 이제 안그럴게요~."
7. 주방 장갑 발에 끼고, 밀폐용기 위에 올라타고 스케이트, 스키타기. "우와, 이거 진짜 잘 나가네~"
8. 퍼즐 조각을 물에 불려, 얇게 하나하나 뜯어 놓기! "우와, 엄마! 퍼즐이 더 많이 생겼어요. 아가, 너도 하나 줄까?"
9. 변기에 물감 풀어 놓기! "파란 물이 아니라서 내가 파랗게 만들었어요!"
10. 변기에 앉아 다리 벌리는 통에 응가하며 생긴 틈으로 머리 빗 집어 넣어 휘젓기! "내가 응가를 10개나 싸서 잘 안내려 갈까봐서요..." |
이렇게 기발하게 놀던 녀석이 그 동안의 사진을 뒤적이니,

커 갈수록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장난감을 이용해 노는 시간들이 늘어났고,
혼자서 궁리하고 꼼지락 거리며 만들기를 즐기는 시간이 많아졌더군요.
참 어처구니 없었던 시간들이 그리워 지는 요즘,
아이에게 다시 같이 놀 시간을 주기 위해
기사를 읽으며 전통놀이에 대해 검색을 좀 해봤더랬습니다.
그 옛날 제가 하고 놀았던 놀이가 전부는 아닐거라는 생각에서 말이죠.
보림에서 나온 이 책을 통해 우리 전래 놀이가 이렇게 많았구나, 저도 다시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는 끊어야 할 서글픈 현실.
몇십만원 들여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어릴 땐, 마음 껏 놀게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학원 대신, 아이에게 종이 딱지 박스로 접어 놀이터로 내보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스마트 폰 대신, 아이 손에 고무줄 하나 들려 같이 나가
놀이터 기둥에 메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일주일에 5일은 학원을 보내더라도 일주일에 하루는
아이와 땅따먹기 한번 하며 못 다 이룬 부동산 재벌의 꿈을 실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