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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도 없어 자존심이 있을 뿐이야

괭하니 검게 반짝이는 눈은 

로트렉의 그림을 보네​

아웃사이더 - 봄여름가을겨울, 1992"

내가 처음 들어본 로트렉이라는 이름은

거의 30년 전의 대중가요 가사 속 한 구절.

로트렉이 대체 누구이길래?

왜 아웃사이더의 상징처럼 묘사하지?

​

그렇게 스쳐 지나간 후 

또 잘 모른채 살던 화가의 작품을

국내 최초 단독전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식.

아직 전시 입소문 많이 나기 전인

전시 오픈 3일째 되던 날,

이른 시간에 가면 좀 여유롭지 않을까 싶어서,

아침 10시 반 도슨트에 맞춰갔는데

와~ 그 아침부터 사람이 많다.

그렇게 로트렉을 만났다.

​검은 모자에 빨간 목도리를 한

그림 속 주인공이 로트렉인가

그냥 막연히 생각할 뻔 했지만,

그림 속 인물은 로트렉이 아니다.

그림 속 인물의 정체도

전시에서 알아봐야지.

툴루즈 로트렉전을 관람하고

SNS에 사진과 관람평을 쓰거나,

예매처에 관람평을 남기고

매표소에 덧글을 보여주면

로트렉의 그림이 담긴 엽서를 준다.

​

SNS 필수 해시태그는

#툴르즈로트렉 #툴루즈로트렉전 #예술의전당

#물랭루즈의작은거인 #전시회추천 #전시회

로트렉전은 전시장 내 포토존에서만

플래쉬 없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초반의 물랭 루즈 풍차가 있는 공간과

마지막 섹션, 포스터 그림이 있는

파란색 벽 공간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니 주의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트렉은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

밤 문화의 상징 물랭 루즈를 무대로

파리 보헤미안의 라이프 스타일을

날카롭게 그려낸 프랑스 화가

​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은

로트렉의 국내 첫번째 단독전으로

그리스 아테네 헤라클레이돈 미술관이 소장한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 등

진품 150여 점을 만날 수 있는데,

모두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고.

​

2007년부터 그리스와 미국, 이탈리아

3개국 13개 도시로 이어지는 순회 전시 중

이번 서울 전시회는 14번째 전시로

로트렉의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한 일생을 소개하는 영상과 미디어아트,

일러스트 등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물랭루즈의 밤 거리,

그 이면의 생생한 삶을 화폭에 담은

밤의 화가, 로트렉.

물랭루즈에 입장하는 듯

빨간 장막을 걷고 들어간다.

캉캉춤을 추는 무희들을 그린

작품이 참 많았던터라,

사진으로 먼저 보며

이게 캉캉춤이라고 설명해줄 수 있어 좋았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첫 번째 섹션인

프롤로그에서는

19세기 말 파리 몽마르트 거리와

물랭 루즈를 재현했다.

1899년에 개장한 물랭 루즈는

프랑스어로 '붉은 풍차'라는 의미로

풍차 모양 붉은 네온사인에서 따온 이름.

프렌치 캉캉으로 유명했던 댄스홀이다.

우리는 도슨트 김찬용 님의

이번 로트렉전 첫 번째 도슨트를 들었는데,

앞에서 말했듯 10시 반,

이르다면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도슨트 맞춰 오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고,

심지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많아졌다.

​

깔끔하고 딱 떨어지게

설명해주시는구나란 생각과

전시를 보러 온 어린이 관람객들을

많이 배려해주신다는 느낌.

사람이 많았음에도,

쥴리는 잘 보이는 자리에서

전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

그냥 배경 지식 없이 전시를 보는 것과,

화가의 삶과 그림, 시대적 배경을 알고

작품을 보는건 정말 다르기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슨트 시간 맞춰가시는 걸 추천.

깊이 있는 전시 설명과 함께 보는 전시는

가끔은 전시가 아니라

화가의 삶이라는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다.

도슨트 소요시간은 50분.

​

하층민을 위한 샹송을 부르던 음악가,

아리스티드 브리앙은

술을 좋아해서 카바레를 자주 찾던

로트렉과 친분이 깊어지면서

포스터를 의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

개인 카바레 오픈을 홍보하는 포스터에서는

심플한 배경에 인물을 부각했다.

실제로 검은 망토와 빨간 망토,

중절모에 지팡이를 짚는 차람이

아리스티드 브리앙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그 자체를 개성으로 살렸다고.

로트렉의 어린 시절 사진

작은 보석이라며 사랑받던

해맑은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면,

장애로 평생 지팡이에 의지하며

아버지에게도 냉대 받던 삶이

더 아련하게 와닿는다.

불꽃같은 짧은 생으로 인해

고흐와 종종 비견되지만

그의 삶은 가난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고,

삶에 대한 접근법이 많이 다르다.

'우울을 예술로 극복한 화가 로트렉'을

'인생에 취해서 연민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한다는

도슨트의 마지막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슬픈 삶보다 혁신가'로 기억해달라고.

로트렉의 유화는 만날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의 삶을 가까이 느낄 수 있었던 전시.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12분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로트렉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볼 수 있다.

​

'로트렉이 없었으면

앤디 워홀도 없었다'고 할만큼,

그만의 개성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겼던 화가.

아트샵에서 엽서 몇 장 골라서

전시 추억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