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낮에는 여의도에 들러 남편과 벚꽃구경 하고 저녁엔 주니와 용산으로 <피노키오 당나귀섬의 비밀> 시사회를 보느라 분주했던 하루였어요.
주닌 항상 1시간 이내의 공연만 보다가 러닝타임이 긴 영화관람은 이번이 세 번째라 과연 재미있게 봐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문제는 시사회 시간이 7시20분 이라는 점.
평소 8시면 무조건 잠자리에 드는지라 시간대가 애매해 볼까 말까 고민 좀 하다 영화 보는 중간에 잠들면 낭패니 미리 낮잠을 재운 후 영화관으로 향했답니다.
덕분에 영화관람 마치고 나서 집에 도착하고도 너무 쌩쌩해 늦게까지 놀다 잠들었더니 다음날 여지없이 늦잠을 자고 말았네요..
엄청난 규모의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용산CGV는 처음 방문이다보니 극장에 가까운 주차장 놔두고 하필이면 가장 멀리있는 주차장에 세우는 바람에 영화관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다행이 늦지않게 도착해 티켓수령하러 갔더니 티켓과 함께 피노키오스티커를 주시네요.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듬뿍 ㅎㅎ
주니는 더빙을 한 분들의 사진을 보더니 다른 분들은 모르고 유일하게 아는 성동일씨를 가리키며 '아빠 어디가'에 나온 분이라며 반가워 하더라구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오늘 관람할 피노키오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극장 안으로 입장합니다.
입장하자마자 주니를 위한 보조방석을 찾아보려니 이미 다 사용중이라 한 개도 남아있지 않다네요..
저희 관람시간보다 약간 앞서서 다른 관에서도 피노키오 시사회를 한다더니 그 쪽에서 다 가져갔나봐요.
다행이 저희 좌석이 앞쪽이라 관람하는덴 별 지장이 없었지만 뒷쪽에 앉은 아이들은 영화보는 내내 불편했을 것 같아요.
잠시 뒤 불이 켜지고 깜짝 손님 등장^^
제페토역을 맡으신 장광씨와 피노키오역의 조권씨가 무대인사를 오셨어요.
재미있게 관람하셨으면 좋겠다는 인삿말과 퀴즈를 내서 맞춘 관객에게는 두 분의 싸인이 들어있는 영화포스터를 선물로 주셨답니다.
주니도 선물을 받고 싶어 열심히 손을 들어 보았지만 앞줄에 계신분들만 기회를 주셔서 살짝 아쉽더라구요..
참! 이번에 안 사실인데요~
피노키오가 탄생한지 벌써 130년이나 됐다네요^^
작년에 경기도미술관에서 피노키오전 봤었으면서도 피노키오 나이는 깜박 잊고 있었지 뭐예요...
드디어 시작된 피노키오: 당나귀섬의 비밀
첫 화면부터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동화책속의 삽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그림과 색감에 넋을 놓고 빨려들었답니다.
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룩셈부르크 4개국 합작으로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역시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구요.
요즘 극장에서 상영하는 애니메이션들은 화려한 3D가 대세잖아요.
영화를 보기 전까진 피노키오도 그런 류의 애니메이션이겠거니 짐작했다가 제대로 뒤통수 맞은 듯한 기분이랄까요..
요 색감으로 동화책을 만들어도 아이들에게 인기많겠다 싶었어요^^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던 인자한 음성의 제페토할아버지와 톡톡 튀는 말썽꾸러기 피노키오의 목소리는 주인공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 주니도 너무나 재미있어 했답니다.
특히 피노키오의 금화를 빼앗는 악당 고양이 기드온역의 능청스런 성동일씨 말투도 너무 너무 잘 어울렸구요.
중간중간 어두운 숲 속 장면이나 음침한 장면이 나올 때면 몇 몇 어린관객들은 무섭다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결국엔 밖으로 나가기도 하더라구요.
가끔 주니도 무섭다고 눈을 감아버린 장면도 있었지만 숲속의 파란요정이나 의리있는 개 알리도로, 겉모습은 포악스러워 보여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만지아포코 인형극단 단장, 초록 거인어부와 같은 개성 넘치는 조연들 덕분에 결국엔 너무 재미있었다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 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답니다.
영화관람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9시.
이 시간까지 주니랑 밖을 다녀본 적이 거의 없어 휘황찬란한 밤풍경이 주니에겐 마냥 신기해보이나 봐요.
마침 무료 팝콘쿠폰이 있어 팝콘을 먹으며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곧장 가로질러가도 수 백 미터는 될듯한 거리가 하필이면 중간에 위치한 백화점이 문을 닫아 빙 돌아가려니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던지...
걷다 지친 주니는 중간에 잠시 쉬어야겠다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더라구요 ㅎㅎ
드디어 차에 올라타고 중간에 여의도에 들러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주니는 피노키오 관람한 얘기에 여념이 없었답니다.
역시 동화책으로만 접했던 내용을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이었나봐요.
집에 와서도 극장에서 받은 피노키오 스티커를 손에서 놓질 못하고 꼭 쥔 채 천장에 걸려있는 피노키오 목각인형을 새삼스럽게 바라보기도 하다 잠이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