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쿨] 명품 모노드라마 &lt;염쟁이 유씨&gt;

명품 모노드라마 <염쟁이 유씨>
글쓴이 아기솜다리 등록일 2013-07-08 13:08 조회수 1,228 댓글 0 글자확대 글자축소

유순웅님의 1인 극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염쟁이 유씨>

주니 임신했을 때 남편과 함께 관람했던 공연이었는데 5년 만에 다시 관람하고 왔답니다.

오늘의 공연장인 문화일보홀은 그동안 주니와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곳이라 친숙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매표소에 들르니 전과는 다르게 청춘극장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청춘극장이란 서울시가 제공하는 어르신 전용 문화공간을 말하는데 낙원동의 허리우드극장과 더불어 어르신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아요.

오늘의 캐스팅을 보니 임형택 님이시네요.

워낙 유순웅 님이 오랜 기간 동안 이 공연을 해오신 분이라 다른 배우의 연기는 상상이 잘 안되지만 같은 공연을 다른 배우는 어떻게 풀어내실까 사뭇 기대가 컸답니다.

좀 일찍 도착한지라 남은 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며 쉬다가 입장하니 공연장 입구에 자세한 배우 소개가 되어 있길래 찬찬히 읽어 보았어요.

유순웅 님이야 원래 알던 분이시고 신현종 님은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연극 이외에도 다수의 뮤지컬과 영화에도 출연하신 분이시더라고요.

이제 입장할 시간이 되어 좌석을 확인하는데 일찍 매표를 한 덕분에 맨 앞줄이네요.

이미 공연 내용을 알고 있는 남편은 앞줄이라 공연 중에 참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쩌냐고 벌써부터 걱정을 하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시작되고 중반쯤 진행됐을 무렵 남편뿐만 아니라 저까지 무대 위로 올라가 공연에 참여를 해야 했답니다.

대대로 염쟁이 집안에서 태어난 유씨는 염쟁이가 되기 싫어 한사코 거부를 하다가 손수 아버지의 염을 하는 걸로 염쟁이에 첫발을 들이게 되고...

그렇게 염쟁이가 되어 산지 어언 40년이 지나고 오늘 있을 염을 마지막으로 이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염은 그동안 취재를 하고 싶어 했던 기자와 전통문화체험단을 불러놓고 염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공연을 보기 전까진 장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둡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었는데 정성스러운 손길로 시신을 닦는 '습'과 굳은 몸을 곧게 펴는 '염'의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아름답게 마무리 해주시는 고마우신 분들이란 생각에 절로 경건해지기까지 합니다.

드디어 염이 다 끝난 후 마지막 염의 주인공을 알고나면 너무나 서럽고 가슴이 미어지는 염이라 지켜보는 관객들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데

염쟁이 유씨가 한 죽는 것 보다 잘 사는게 더 어렵다는 말이 공연장을 나선 후에도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리고 죽는다는 건 목숨이 끊어진다는 것이지 인연이 끊어지는게 아니란 대사도요....

혼자서 재치 있는 애드립도 보여주시고 능수능란하게 극을 이끌며 1인 다역을 멋지게 소화해 낸 임형택 님.

즉석에서 캐스팅한 관객을 극에 참여시켜 공연을 지켜보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었던 인상적인 공연이었답니다.

저희는 우연치 않게 같은 연극을 두 번이나 보게 되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관람해도 좋을만한 공연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