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정으로 예비소집일에 참석도 못한 울 아이는 입학식날 이름표도 못 받고 반도 어딘지 정해지질 않아서 두비두비....에구구...아마 이런 앤 울 얘밖에 없을 겨..하면서 선생님께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저 예비소집일에 참석을 못해서 반 배정을 못 받았거든요..." 자상하신 교장선생님은 그래도 아무 말씀 안하시구 "맨 끝반에 서게 하세요" 하시더구만요.
울 얘 학교는 시골(?)에 있는 학교여서 3반밖에 없거든요...그래서 3반에 맨 끝에 서 있게 했죠...아니나 다를까 쪼그만 키가 더 작아 보이데요.
교장 선생님께서 입학식 연설을 하는데 봄이 오는 걸 아는 지 오리떼 기러기떼가 브이 모양으로 줄지어 날으며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모두들 하늘 위로 고개 들어했더라구요.. 저 정말 태어나서 첨 본 광경이었습니다. 정말 장관이더군요..
교장선생님도 연설하시다 말고 "철새들아 ! 잘가..나중에 또 와라..."
하시길래 입가에 웃음이 났답니다.
그러면서 이름 난 사립을 보낸 친구를 부러워 하는 저의 못난 맘을 깨끗이 접었습니다.
항상 아이를 키우며 물질이 아닌 자연친화적인 것을 지향하다가도 자꾸 흔들리는 부모의 맘을 다잡기라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입학식에 철새떼가 하늘을 다는 이벤트(?)을 할 수 있는 초등학교가 얼마나 될까요.....^^
서울에서의 여러 문화적 헤택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논누렁을 걸어 학교를 가고 메뚜기 잡는 이 학교에서 저의 아이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으면 합니다.
서울 토박이로 유년시절 연 한번 날려 본 적 없이 엄마 손에 이끌려 좋다하는 강남의 고액 과외를 받으며 자라난 엄마가 이제 깨달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