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다닥’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뭐든지 후다닥 해치우는 일은 당연지사입니다. 때문에 밥도 후다닥 먹게 됩니다. 그래서 ‘제대로 앉아서 밥을 먹은 적이 언제였던가’ 투정하시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더구나 가사 일은 조금도 줄지 않고 늘어있으니 정말이지 엄마들의 노고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이가 음식을 통 먹지 않고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운이 빠지고 고민이 되는 일입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전쟁. 더구나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하다 결국 뱉어버리는 장면을 목격하면 마음 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꾹 참게 됩니다.

비위가 약하니 산해진미가 그림의 떡

평소에 식사를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먹지 않는다면 일시적으로 체해서 비위의 기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아이는 음식을 거부하는 것 외에 손발이 차고, 이마에 미열이 있으며 대변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습관적으로 밥을 안 먹는 경우는 여러 가지 원인 중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방에서는 비위(脾胃·지라와 위)의 기능이 떨어지면 소화 기능이 약해지는 것으로 봅니다. 특히 날씨가 더우면 비위 기능이 떨어지기 쉬우니 여름만 되면 입맛이 더욱 없어지는 아이들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비위를 후천의 근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엄마 뱃속에서 나와 제 힘으로 몸을 지켜 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는 의미입니다. 당연합니다. 위장은 아이가 섭취한 음식이 미세하게 분해가 되는 곳입니다.(이를 두고 보통 소화가 된다고 표현을 하죠) 또 위에서 소화된 음식은 소장에서 빨아들여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으로 저장 활용합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의 비위 기능이 약해서 활발히 움직이지 않는다면 음식물이 소화·흡수가 되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아이의 몸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아이가 또래들 보다 작게 자라거나 마른 체형의 아이로 성장을 하기가 쉽습니다. 또 영양이 부족하고 면역력이 약해 감기 등의 잔병치레를 많이 합니다.
이외 선천적으로 기운이 약하거나 인스턴트 등의 군것질을 많이 하며 편식을 하는 경우, 또 신경이 약해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밥을 잘 안 먹게됩니다.

비위 기능이 약한 아이가 평소 보이는 증상

* 배가 자주 아프다
놀이방에 다니면서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 중에 배가 아프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동네 소아과에 데리고 가서 듣는 대답은 신경성(?)이라는 애매한 답과 함께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라는 실행하기 어려운 처방을 받게 되죠.
한방소아과에서는 이런 경우 보통 위장의 기가 약해서 생긴다고 하여 허복통이라고 진단을 합니다. 즉, 아이 몸 속의 기가 전신을 잘 돌지 못하고 위장부위에 머물고 있어서 생기는 원인 없는 만성복통으로 보는 것입니다.


* 자주 체해요
음식에 체하게 되면 밥을 잘 안 먹게 됩니다. 위장에 기가 울체되어 다른 곳으로 잘 흐르지 못하여 위가 운동을 잘 하지 못하게 되면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평소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안 먹으려 하거나, 갑자기 손과 발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있으며, 대변이 물러지면서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또 이마에 미열이 있는 경우도 많으니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는 것 또한 대단히 옳지 않으므로 반드시 한의사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잘 토해요
위장이 약한 아이들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 중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토하는 것입니다. 돌이 지나서 밥을 먹은 후 잘 토하거나 음식소리나 냄새만 맡아도 토하고 도망 다니는 경우라면 위의 기능이 대단히 약한 것입니다.
흔히 양방소아과에서는 아이의 위장분문부 괄약근이 잘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며 커가면서 저절로 좋아진다고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냥 기다리라는 의미인 것이죠. 위장의 본연의 기능이란 음식물을 잘 담아서 반죽을 하고, 음식을 끌어 당겨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능이 개선 되면 설령 위의 상부괄약근이 약하더라도 토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은 의외로 쉽게 치료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의사와 상담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 손발이 차요
밥을 잘 안 먹으려는 아이들 중에서 손발이 차가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비위(특히 췌장)의 기능과 관계가 많습니다. 한방의 경전에 해당하는「황제내경」이라는 책을 보면 “비주사말(脾主四末)” 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여기서 ‘사말’ 은 손발을 말하며 ‘비’ 는 비위 중 특히 췌장의 기능에 해당합니다.
즉, 손발이 찬 것은 비위의 기능이 원활치 않아 나타나는 증상인 것이죠. 그러므로 앞에서 언급한 방법대로 비위를 치료하면 좋아지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로는 너무 긴장을 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신경이 예민한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이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이 최상의 치료법입니다.


가정에서는 복부 마사지가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부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엄마 손이 약손’ 이라는 주문을 반복하며 배를 어루만져주곤 했는데 이는 비위의 기능을 돕는 데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이 때 복부에 손을 가볍고 올려놓고 시계방향으로 크게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만져주는 것이 요령입니다. 엄마나 아빠 중 보다 건강한 사람이 따뜻한 손으로 마사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신경이 예민한 아이들은 항상 포근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산함소아 방태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