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기입장을 꼭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용돈기입장의 목적은 과거의 씀씀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씀씀이를 계획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용돈기입장을 쓰는 것 자체에 집착하고는 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쓰는 용돈은 쓰임새가 정해져있고, 일일이 통제해야 할 만큼 금액이 크지도 않습니다. 만약 아이가 용돈기입장 쓰기를 많이 어려워한다면 방법을 바꿔보시기 바랍니다. 과거의 쓰임새를 기록하는 대신 정해진 금액의 용돈 중에서 앞으로의 쓰임새를 나누는 것입니다. 간식비로 얼마, 저축으로 얼마 등 자녀가 직접 지출계획을 세우게 하면 스스로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잘못된 용돈기입장 훈련은 아이를 사소한 지출에 집착하는 성격으로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 보다 어떻게 안 쓸 것이냐에 만 집중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보고, 그 목적에 맞지 않는 용돈기입장이라면 과감히 버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돈에 대한 지식을 일찍 배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 배우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매체를 접하기 때문에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른들의 문화를 빨리 접하게 됩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광고수입이 몇 억 원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자기들끼리 아빠의 차와 집 평수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돈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려면 오히려 일찍부터 올바른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무조건 돈이 많은 것이 좋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돈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버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돈을 쓸 것인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집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수입은 한정되어 있으며, 너에게 주는 용돈은 그 중 일부를 쪼개서 주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또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것과 부모가 모든 것을 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단호하게 아이를 다그치지 말고 부드러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융회사의 경제교실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회사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므로 아이들에게 자사 상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려고 할 것이고, 자사에 불리한 이야기는 가르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돈에 대한 습관 자체보다는 금융상품을 활용한 재테크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이들을 금융상품의 잠재적 고객으로 길러내려는 성격이 더 강합니다. 무턱대고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줘야 할 마당에 오히려 반대가 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부모가 직접 가르치는 것이지만, 경제 지식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경제 지식이 부족한 것과 아이에게 올바른 경제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전혀 별개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경제 지식은 계약하는 법, 대출금을 계산하는 법 등 경제학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정말 중요한 경제교육은 경제학 지식이 아니라 이럴 때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살면서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배우게 되고, 이것은 경제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가지 습관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평생통장을 만드는 것만큼은 꼭 가르치시기 바랍니다. 평생통장이란 소득의 10%를 계속 저축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깨지 않는 통장입니다.
만약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청년이 월급의 10%씩 저축을 한다고 하면 10년, 20년 후에는 꽤 많은 돈이 모일 것입니다. 이것을 결혼자금이나 내 집 마련 자금으로 쓸 수도 있겠지만,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누구나 평소에 돈을 모아둬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실천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돈을 조금 모았다가도 일이 생기면 깨서 쓰고, 모았다가 깨서 쓰고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돈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목돈을 마련하느라 가계 전체가 휘청거리게 됩니다. 따라서 평생통장의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러줘야 합니다.
용돈을 받는 어린 시절에는 명절 세뱃돈이나 친지들의 용돈을 평생통장에 넣어두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아이에게 넘겨줌으로써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평생통장의 개념이나 목적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평생통장을 받을 시점이 되었을 때 자녀는 이미 돈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즉시 아이에게 평생통장 하나만큼은 꼭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구체적으로 8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는 협상과 계약에 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돈 문제는 협상과 계약에서 생기므로 이에 대한 훈련을 미리 시키는 것입니다. 하루에 컴퓨터를 몇 시간 쓸 것인지, 용돈은 얼마를 받을 것인지 등을 부모와 조율하게 함으로써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 것인지 생각하는 훈련을 하면 좋습니다.

둘째는 금융도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금융회사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고객에게 무조건 유리한 금융상품은 세상에 없습니다. 광고나 판매하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능동적으로 찾아 결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는 투자가 아니라 본업에 충실함으로써 돈을 벌라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 박지성 같은 사람들은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번 게 아니라 자기 일에 충실했기 때문에 돈을 번 것입니다. 재테크를 아무리 잘 해도 본업에 충실하지 않은 삶은 쉽게 휘청거리기 마련입니다.

넷째는 인생계획을 세울 때 꼭 돈 계획과 함께 세우라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항상 돈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것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나의 현재 상황에 맞게 돈에 관한 계획을 세우되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3년 이내의 짧은 목표를 구체적 숫자로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째는 좋은 빚이란 없다는 것입니다. 빚으로 돈을 버는 ‘레버리지 효과’라는 것도 있지만, 그건 넉넉한 자본으로 위험을 감수할 여유가 있는 부자들의 얘기입니다. 특히 학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등 다양한 형태의 빚을 권하는 요즘 시대에 빚지는 것의 무서움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이는 버는 족족 소비해버리는 충동적인 어른으로 자랄 위험이 있습니다.

여섯째, 투자를 한다면 원칙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곳에 투자해서는 안 되고, 투자에서 발생하는 돈의 흐름이 있어야 하며, 수익률보다는 위험과 비용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따르면 절대 투자에서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일곱째, 보험을 재테크로 여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보험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비용일 뿐 돈을 불리는 수단이 아닙니다. 수익률을 원한다면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면 될 일이고 안정성을 원한다면 예금과 적금을 이용하면 됩니다.

여덟째, 노후 걱정보다는 꿈을 이룰 걱정을 먼저 하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벌써부터 공무원이 되라며 안정된 삶을 강요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정말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하고 이를 적극 지원해주는 것이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