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자 : 2001년 8월 16일 목요일
* 일정 : 을왕리 해수욕장 및 인천 국제 공항 구경
- 12:30 집 출발
- 12:45 - 14:20 인천 도착(지하철 4호선(길음역-동대문역)-1호선(동대문역-인천역))
- 14:20 - 14:30 인천역→월미도 선착장(인천 시내버스 2번)
- 14:45 - 15:00 월미도 선착장→영종도 선착장(카페리 용주 6호)
- 15:20 - 15:55 영종도 선착장→을왕리 해수욕장(시내버스 202번)
- 16:00 - 17:00 식사 및 을왕리 해수욕장 구경
- 17:10 - 17:45 을왕리 해수욕장→인천 국제공항(시내버스 200번)
- 18:05 - 18:50 인천 국제공항→신촌(리무진버스 602번)
- 19:15 - 20:20 집 귀가(시내버스 522-2번)

* 비용 :
교통비 - 10,550원
해수욕장 입장료 - 1,000원
식비 - 5,500원
총 - 17,050원

바다에 가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호인이 생각이 나서 아빠가 호인이에게 배타고 바다 구경가자고 호인이를 꼬드겼다. 그러나 의연히 집에 그냥 있으려는 호인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호인이 왈
"엄마가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

엄마에게 전화해서 호인이와 통화하게 하는 등의 노력 끝에 겨우 겨우 호인이를 설득하여 을왕리 해수욕장을 다녀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 아니올시다!

한 여름 땡볕에 고생만 진탕하고 바다는 그저 쳐다만 보고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그지 못하고 돌아섰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실망했을까...?

호인이는 아빠랑 나가기로 마음 먹는 순간부터 열심히 준비했다. 혼자서 세수하고 쉬~도 하고 옷까지 스스로 골라 입었다. 아빠가 이것저것 준비하는 사이에 이제는 혼자 외출 준비까지 해 내다니 대견하다...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분홍색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 내가 봐도 귀엽다. 다만 아빠 재주가 없어 머리를 예쁘게 단장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역시 엄마 없이 아빠와 딸만 외출하는 것은 이래서 어려운가보다.

준비성 많은 아빠는 호인이 샌들과 목욕타월도 챙기고 물도 2병이나 넣고 커피우유도 2봉지를 챙겼다. 그 밖에 가위, 빨대, 휴지, 물티슈, 호인이 포크와 수저 그리고 호인이 갈아입을 옷도 준비하고 썬크림도 집어 넣었다. 또 모래 장난을 위해 호인이 모래 장난할 때 쓰는 삽과 포크까지 챙겼다. 마지막으로 호인이 모자를 씌워 길을 나서다 김밥 집에 들어 김밥도 2줄 샀다. 해수욕장은 물가가 비싸다기에...

아침잠을 설친 호인이는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고 얼마 못 가 잠이 들었다. 아빠 품에 안겨서 새록새록 자다가 종착역 인천이 가까워 오자 슬그머니 눈을 떠 물을 찾는다. 준비성 많은 아빠는 당연히 물을 준비했다. 그것도 찬 물 1병, 얼린 얼음 1통.. 호인이용 물통을 따로 가져가 조금씩 담아 주었는데... 물통의 빨대 부분이 빠져 물통 속에 잠겨 버렸다... ㅠㅠ;

인천역에서 개찰하고 나오는 순간 바로 버스가 있었다. 버스를 타니 전철과는 달리 에어컨이 빵빵하여 시원하였다. 덕분에 호인이는 쏟아지는 잠을 조금 떨쳐내는 듯...

월미도 선착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갈매기 날고 초록색 바닷물이 넘실거리며 비릿한 바다 내음을 풍겼다. 태어나서 바다를 두 번째로 보는 호인이는 그저 바라만 보고 바다 색깔이 파란 색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친 듯하다... 배 표를 끊으니 곧 승선이 시작되었다.

호인이는 타기 전부터 배의 규모에 놀랜 듯... "야... 크다. 아빠, 배가 커요!"를 연발한다. 그리고 카페리에 승선하여 위층 선실로 가니 약 15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셈이 되었다.

난간 바로 옆에 갈매기가 날고 저 멀리 섬들이 있고 큰배도 많고 바닷물도 넘실대고... 드디어 배가 영종도를 행해 출항하자 갈매기들이 일제히 배를 따라 같이 날아간다. 난간 바로 옆에까지 날아오기도 하고 다시 바닷물을 향해 곤두박질하기도 하고 먹이를 달라고 끼약 끼약 울기도 하고... 엄마가 같이 왔으면 혼났겠다고 엄마 걱정을 하는 호인이... 자기가 비둘기 쫓아 준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또 햇빛이 파도에 반사되어 하얗게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기뻐하며 바닷물이 왜 반짝이는지 궁금해하더니 바닷물은 초록색 더하기 흰색이라고 나름대로 결론지었다. 여기까지가 이번 여행에서 즐거웠던 부분이다.

영종도 선착장에 내려서 버스 시간을 기다리느라 잠시 어시장에 들러 새우, 광어, 조개, 피조개, 낙지, 게, 멍게 등을 보는 동안 우리가 탈 버스가 왔다. 201번이나 202번이 모두 영종도 선착장에서 을왕리 해수욕장을 운행한단다.

버스를 타고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연결된 도로를 달렸는데 영종도에서 무의도까지 일자로 곧게 뻗은 왕복 4차선 도로였다. 바다를 메워 이렇게 도로를 놓다니... 길 왼쪽과 오른쪽은 바다였고 오른쪽 멀리로 인천 국제공항이 보였다. 그 특이한 모습이 자못 관심이 간다. 무의도에서 길은 2차선으로 좁아지고 잠시 후 다시 1차선 시골길로 좁아져서 마주 오는 차가 있으면 서로 비켜가며 겨우겨우 을왕리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입장료를 받는다. 폐기물이 많이 나올테니 수수료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해수욕장 관리 상태를 보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곳곳에 모여있는 쓰레기... 고장난 간이 수도 시설, 그늘 하나 없는 해변에 늘어선 식당들... 길도 좁고 무엇보다 소나무 밭을 기대하고 쉬었다 구경할 생각이었던 아빠에게는 실망 그 자체였다.

슬그머니 동네 이장이라도 잡고 따지고 싶어진다.... 배고프다고 보채는 호인이랑 준비해간 김밥을 먹으려고 그늘을 찾았으나 허탕... 결국 어느 간이 식당에 들어가 우동을 한 그릇 시켜 김밥이랑 같이 먹었다. 식당 안에는 주방만 있고 자리가 없어 길 가 파라솔 아래에서 그늘을 찾아 지나가는 차량이 만드는 모래 먼지를 뒤집어쓰며 우동과 김밥을 나눠 먹었다. 우동도 보통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는 것보다 못했는데 3,000원이나 받았다. 역시 비싸다.

호인이는 계속 물을 먹은 탓인지 배가 아프다며 물을 마시지 않고 김밥과 우동 면발만 받아먹었다. 민박을 했으면 조금 편하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어쩌다보니 어린 호인이에게 고생을 시키는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배를 채우고 모래사장 끝에 있는 바위에 올라 멀리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수평서도 찾아보고 바닷물이 깨끗한 것도 보여 주었다. 호인이는 모래성을 쌓고 싶어해서 곧 모래사장에 내려섰는데 모래가 너무 지저분해서 모래성을 쌓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나보다.

곧장 물가로 가더니 물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준비된 샌들을 신겨서 물에 들여 보내고 싶었지만 간이 수도가 고장난 터라 소금물에 젖은 발을 씻을 수가 없어 눈물을 머금도 포기해야 했다. 호인이도 실망이 컸는지 그냥 엄마 보러 가자고 한다. 집에가서 물 받아 놓고 퐁당퐁당 하고 놀이터에 가서 모래성 쌓자고 약속하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호인이가 너무 더워해서 결국 해변가 수퍼에서 커피사냥을 사서 둘이 나눠먹고 버스를 탓는데 호인이는 너무 피곤하고 실망한 탓인지 버스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200번 버스가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인천 국제공항까지 운행한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선착장으로 가는 사람은 너무 많아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하는데 인천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인천 공항에 가서 엄마에게 연락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신촌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찾아 탔다. 계속 자고 있는 호인이 때문에 인천 국제공항 구경은 포기하고 바로 신촌으로 가서 엄마랑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신촌까지는 601번, 602번이 있는데 601번은 김포공항에 들렀다 가고 602번은 그냥 간다고 한다.

호인이는 계속 잠이 들어 있다가 신촌에 내릴 즈음에야 억지로 잠이 깼다. 신촌 현대 백화점 맞은 편에 내려 엄마와 만나 집으로 왔다.

엄마는 식사를 하고 가자고 했지만 지치고 피곤해서 저녁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호인이도 피곤한 듯 해서 바로 집으로 왔다. 호인이에게 오늘 여행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아니~"하고 시무룩해 한다. 아빠는 호인이하고 손가락을 마주 걸고 약속했다.

"내년에는 꼭 깨끗한 바다에 엄마랑 아빠랑 호인이랑 같이 가서 바닷물에 퐁당퐁당 하고 놀자."

쓸만한 정보 몇 가지!

을왕리 해수욕장은 성수기에는 민박이 12만원 선까지 올라간단다...
가족 단위로 가기에는 별로 좋지 않다. 내년에는 동해안 쪽을 알아봐야 겠다. 아니면 서해 먼 섬으로 가든지... 석모도 갔다온 선생님들은 석모도가 순 뻘이라서 물도 흙탕물이고 물속에 들어갈 기분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어딜 가지... 벌써부터 내년 휴가가 걱정이 되는 아빠....
또 인천 국제공항에서 김포 공항을 들렀다가 길음역으로 직행하는 리무진 버스가 있는데 이것은 차비가 만원이다.

피곤하고 힘든 여행이었지만 호인이와 바다 보여주기로 한 약속은 지킨 셈이다. 호인이는 엄마 없이 아빠랑 가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별로 투정부리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많이 참고 고생했다. 고맙다...

을왕리해수욕장 정보 페이지 - http://211.115.204.246/travel_info/inchon/chunggu/ulwang/ulwan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