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연히 2호선 신촌역 부근에 위치한 '동방예술극장'을 발견한 것이 지난 10월이었습니다.
그때 공연 중이던 연극은 '빨강머리앤'이었지요. 마침 아이가 빨강머리앤이란 만화를 EBS에서 즐겨보던 시기라 아이와 함께 연극을 보기로 했습니다.

빨강머리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의 작품이죠.
동화 속 주인공이 생동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라
연극을 처음 보는 아이라고 해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까망머리앤'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 캐릭터를 좋아하거든요. ^^

아이와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일요일이었습니다.
가기 전 공연 예약을 문의했더니 다행히도 따로 문의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알려진 것이 아니었답니다. ^^;

아이와 공연을 보러 들어가 연극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동안
연극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이는 시계를 자꾸 봐달라고 했어요.
그러나 제 시간이 되어도 계속 입장하는 관객들이 있어 연극은 약 5분 이상 지체되었답니다.

연극은 실제보다 과장된 부분이 있어서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큽니다.
게다가 소극장 공연은 무대와 가깝고 연극 끝난 후 배우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연령이 어린 아이들도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대신 소극장 연극은 화려한 무대도 아니고, 배우가 많이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배우가 많이 나와야 할 연극에선 일인 이역은 보통이지요.
이런 점을 소극장 어린이연극의 묘미라고 생각하면 즐겁지만
처음부터 큰 스케일의 화려한 무대를 상상하신다면 후회할 듯 합니다.

연극이 종료되고 아이들은 미리 사진촬영권을 구입했다가 줄줄이 기다려 배우들과 기념 촬영을 하더군요. 첫날은 그게 뭔지 잘 몰라서 그냥 나왔지만 그 다음 달부터는 꼭 연극 구경 후 기념 촬영을 하도록 합니다.
아이가 연극을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추억도 되거든요.

작년에 관극회원으로 가입하니(가입비가 3,000원 이었답니다..)
매월 5장의 관극회원 할인권이 배송됩니다.
관극회원의 경우, 7,000원인 연극을 4,000원에 볼 수 있어요.
(작년에는 3,500원에 볼 수 있었답니다...)

사진 촬영은 3,000원인데 포로라이드 카메라로 촬영한 다른 사진보다
화질이 깨끗하게 나와 보관할 때도 기분이 좋답니다.^^

관극회원이 된 이후부터 아이랑 매월 한 번씩 연극을 보러 갑니다.
그동안 본 연극들은...
'빨강머리 앤', '피터팬', '크리스마스 이야기',
'보물섬', '소공녀 세라', '말괄량이 삐삐' 입니다.
이제는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을 보면 아이가 누군지 알 정도로 익숙해졌지요.

아이가 연극을 잘 이해하느냐구요?
'소공녀 세라'를 보러 갔을 때 아이가 울더라구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아이가 울기에
나중에 연극이 끝난 후 집으로 오는 길에 왜 울었냐고 물었더니
슬퍼서 울었다고 하더라구요. 뭐가 슬펐냐고 또 물었더니, 대답하길...

"음, 예쁜 빨간 옷을 아줌마가 뺐어가고, 아빠가 준 선물도 뺏겼쟎아. 그래서 울었어.' ^^;
라고 합니다...

아이 아빠는 아빠가 돌아가셔서 울었다라는 모법답안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으쓱해있었는데
아이다운 대답에 약간 황당한 표정이 되었지요... *^^*

아이는 아이 눈높이에서 연극을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아이 마음만큼 받아들이고요.
하지만 선악의 대결이 분명한 구조를 이해할 줄 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선악의 대결구도와 선의 승리로 마감되는 이야기의 장점은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며,
정의감을 나름대로 키우게 한다는 점입니다.

또 우리가 생각하기엔 정해진 답이 있지만
아이는 새로운 눈으로 답을 찾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이든 슬픈 결말이든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채워갑니다.

아이들에게 가까운 무대에서 아이를 위해 펼쳐지는 연극을 보는 것은
큰 감흥을 준다는 나들이개념이 아니라
생활 속에 가까운 문화공간을 끌어들인다는 개념으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동방예술극장 연락처 : 02-712-3865
동방예술극장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노고산동 33-22

아이 덕분에 매달 연극을 보게 되어 기쁜... 은반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