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 초등학교 입학했던 2004년 3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한 장 찍어둔 사진입니다.

마치 고양이처럼 모양을 잡고는 개구쟁이처럼 기다리더군요. ^^

 

새로 산 가방을 메고 처음 학교에 가던 이니 모습을 보면서 내가 처음 입학하던 날이 어찌나 떠오르던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엄마가 사주셨던 빨간 가방은 찰칵하고 잠기는 자석 가방이었는데 무슨 그림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네요. 처음 교과서를 받아오던 날 엄마가 마치 홀마크카드에 나오는 것처럼 귀여운 테디베어가 그려진 종이로 한 권 한 권 책을 싸주시고 학년, 반과 이름을 써주신 기억도 납니다. 처음 교실 수업하던 날은 기분 좋게 딸깍거리던 작은 자석 필통에 잘 다듬어서 예쁘게 깍인 새 연필 5자루와 지우개 잃어버리지 말라고 필통 끝에 실로 대롱대롱 달아주신 흰 지우개를 넣어 뛰어갔었지요.

 

교실 수업하던 첫 날 받아쓰기를 하셨더랬는데 학교 이름과 내 이름 석자, 아빠 이름 석자만 배우고 입학한 저는 퍽이나 놀라서 정말 대충 그려 넣었더랍니다. 그 때 받은 받아쓰기 성적은 30점이었는데 전 그 성적이 자랑스러워서 집에 가서 엄마, 아빠한테 엄청 자랑했었지요. ^^:;

 

참, 아이들이 학교에서 뭔가를 하면 앞에 나가서 선생님께 검사를 받으면서 도장을 꾹 찍어주신 것을 받아온 기억도 있는데 그 첫 도장으로 받아온 것이 엄마 거북이 뒤에 아기 거북이가 따라가는 그림이 있는 '엄마 아빠 도와주세요'였답니다. 전 도장이 아주 커다랗고 '참 잘했어요'라고 씌여진 도장은 더 작고 '마징거Z'가 그려진 것이라서 거북이가 더 맘에 들었지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물론 제 도장을 두고 엄마랑 아빠가 약간의 말다툼이 있으셨다는 것도 몰랐답니다.

 

그 해 여름방학 때 시골 고모 댁에 방학 내내 놀러가 있었는데 여름 내내 친구도 없이 시골에서 놀려니 심심해서 헛간에 있던 '새농민'이란 책 속에 있던 그리 재미나지 않던 한 쪽짜리 만화를 참 열심히 봤어요. 덕분에 여름방학 동안 한글을 모두 떼고 돌아왔지요. 한글을 뗀 2학기부터는 공부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저희 딸도 미리 한글을 떼지 않고 더듬더듬 대충 읽을 정도로만 가르쳐서 보냈는데 아마 저처럼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겠지요. 그래도 그렇게 해서 배우면 자기가 배운 것이란 생각에 더 뿌듯하답니다.

 

1학년 때 참 작았어요.

물론 지금도 키가 작지만 그 때는 특히 1번이라서 제가 걸어가면 가방이 걸어가는 것 같았다고들 하시더라고요.

학교에서 집까지 아이 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입학식날 엄마가 한 번, 다음 날 아빠가 한 번, 그 다음 날 할머니가 한 번 데려다 주시고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잘 다녀서 대견하다는 칭찬을 받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제가 생각해도 대견하긴 한데 전 가게를 운영하시던 아빠 덕분에 엄마도 늘 바쁘셔서 어려서 동네 산책은 늘 혼자 다녔었기 때문에 충분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몸집이 아주 작아서 그랬는지 한 번은 겨울에 너무 추워서 학교까지 덜덜 떨며서 갔는데 교실 문 앞에서 그만 완전히 얼어서는 문 안에 못 들어가고 서서 동상처럼 있었던 기억이 나요. 너무너무 추워서 더는 움직이지 못 하고 교실 문에 달린 창문으로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 때 담임선생님께서 난로에 불을 피우시다가 문득 기척이 느껴지셨는지 앞문을 바라보시곤 제 얼굴을 보셨어요. 선생님께서 서둘러 제게 오시더니 담뿍 안아서 난롯가에 세워주시면서

"아이구 너무 추워서 꽁꽁 얼었구나. 수업하는 동안 몸 녹이고 있거라."

하시는데 어찌나 고맙고 서러웠던 게 모두 풀리던지 정말 소리도 없이 한참을 울었답니다. ^^;;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 내내 전 난롯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아무 생각도 없이 발갛게 익어갔지요.

고맙고 그냥 서럽고 쑥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렇게 내내 있었어요.

 

그런 기억이 지금은 참 소중하답니다.

하나도 잊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

우리 이니도 이런 많은 경험과 추억을 갖고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