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숙제에 부모가 끼어드는 것을 아이들이 그러려니 하는 것, 이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편하고, 엄마가 잘 해주면 학교에서 상도 탈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근성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제 생각엔 단순히 숙제를 잘 해가는 문제보다 조금 다른 편에서 보자면 초등 저학년인데 엄마가 숙제를 하도록 그냥 있었다면 그 아이는 과연 제대로 자란 것인가 하는 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못 해도 좋으니 자신이 만들고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 학교 공부라고 생각해본 아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요?
거꾸로 아이에게 엄마가 해준다고 말했을 때, "그래 엄마가 잘 해줘"라고 아이가 말하는지 알아본 후 아이의 학습준비도를 다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이 잘못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갖게 만든 부모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무척 많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역시 성적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뭐든 해주고 키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기 일을 잘 할 것이라 믿는 부모 태도가 올바른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답니다.

영 딴 소리가 되어 가는 것 같지만...

얼마 전에 모 포탈 사이트에서 대학 1학년 딸을 둔 엄마가 울화통이 터져서 글을 쓴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딸이 여름방학 기간에 내야 하는 2학기 등록금 날짜를 놓친 것도 모르더라고 하시더군요. 그 아이의 지난 1학기와 여름방학 동안의 모습을 쓰셨는데 예상처럼 참 생각 없이 자랐구나 싶었습니다.

학교는 가는지 마는지도 모르고, 수업 빠져서 F 투성이 성적표에다 배운 게 뭔지, 과목은 뭘 들었었는지도 모르고, 방학 내내 자기 속옷도 한 번 안 빨고, 일하는 엄마가 있는 데도 청소 한 번, 빨래 한 번, 식사 준비 한 번 안 하고, 심지어 교재 산다고 돈 받아다가 친구들 하고 놀고 왔다고 하시는데...

대학생이 되면 무조건 스스로 잘 하려니 생각해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뭐든 챙겨준 부모라면 사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 분 참 안타깝겠지만 서울 강남에 사시면서 공부 잘 시키시려고 엄마는 별별 부업도 다 하면서 고액 과외나 학원에 보내시고, 아이 학업에 매진하라고 늘 모시고 다니셨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그렇게 키웠는데 부모 은혜도 모른다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이건 아니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키운 것이 부모이고, 이제 생각 없이 자란 그 아이는 아주 버거운 세상에 갑자기 내몰린 상황인데 극복하려는 의지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이 꽤 먼 훗날 같지만 사실은 영유아기부터 서서히 시작되어 간 것입니다.
아이의 생활 속에서 부모란 주체가 아니라 친구처럼 곁에 있어주는 객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 쌓이고 쌓여 스스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도움에 대해 감사할 줄도 모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혹시 자녀와 뭔가를 같이 해야 할 때, 꼭 한 번 다시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혹여 내가 아이의 자율적인 사고와 행동을 막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실 저도 이니 숙제를 한 두 번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럼 안 된다고 하는 아이 옆에서 너무 늦어 잠도 못 자게 된 게 안타까워서 왼손으로 대신 글을 써줬더랬지요.
아이가 글씨체가 다르고 자기 생각이 아닌 글이 적혀 있어서 절대 안 된다며 우는 걸 그냥 달래서 보냈습니다.

그 이후 이니는 절대 숙제를 못 할 시간에 대충 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해준 것이 굉장히 큰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기 숙제는 자기 몫이므로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아이가 좀더 명확하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중에 아이에게 사과했습니다.
잠을 잘 못 자게 될 정도로 늦게 숙제를 하게 된 상황에 대해 미안함으로 도와주려 했던 것인데, 그게 영역을 넘어선 참견이었다는 점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작은 일이지만 하나씩 쌓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인 후 올바로 자라지 않았다고 속상해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러니 생각해봐야겠지요.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