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이니에게 조금 긴 책을 권해주려 생각하고 있었다.
텍스트가 길어도 아이가 읽는 동안 상상을 하게 되는 책! 그래서 그림이 떠오르는 책!
이니가 볼만한 책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였다.

마침 같은 연령의 친구인 형원이가 그 책을 재미나게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니는 갑자기 경쟁심이 슬금슬금 생긴 표정이었다. 그래서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길고 긴 독서로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 생각하면서...

단계 1.
우선 밤에 잠자리에 누워 엄마가 읽어주고 아이가 상상하며 듣게 했다.
약 5쪽 정도를 읽어가는 속도로 나갔는데 목은 좀 아프지만 아이가 주의깊게 그림을 보는 대신 글을 통해 상상해보는 과정을 익혀가기 시작했다.

단계 2.
아이가 엄마가 읽어주는 속도를 너무 늦다고 생각을 하게 되어 아이와 한 쪽씩 번갈아가며 읽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서 읽는 과정은 듣고 읽는 매커니즘을 상기해주는 반복이라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된다.

단계 3.
서로 읽어주는 과정이 2쪽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읽어주는 책을 옆에서 보다가 눈으로 읽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아이가 깨닫기 시작, 아이가 책을 뺏어가며 혼자 읽겠다고 했다.

단계 4.
좀 아쉽지만 아이가 책을 혼자 보고, 옆에서 엄마는 다른 책을 보면서 일정 시간 책을 같이 즐기는 과정으로 넘어갔다.

단계 5.
근데 이니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고 5단계로 넘어가자 책을 읽는 동안 점점 뚱한 표정이 되어갔다. 이유는 번안 도서라서 그리고 단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책을 읽는 동안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자주 '어려운 단어'를 풀이해주는 과정이 되었다.

단계 6.
책을 읽는 동안 초기에는 엄마, 아빠가 어려운 단어를 풀이해주는 정도가 좋은데 이유는 읽는 속도를 지나치게 떨어뜨리지 않기 위함이다. 그 이후 아이가 읽는 속도를 저해하지 않는 정도에서 꼭 확인해야 할 단어들은 '국어사전'으로 찾아보게 해주었다.

단계 7.
이니는 점점 속도가 좋아지고 혼자 읽는 것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젠 좀더 나아가 문장에서 사용된 적절한 단어가 그게 맞는지, 혹은 문장 부호 사용은 적절한 것인지 계속 물어보고 항의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 때마다 이러저러한 답변을 해준다.

- 그래, 그건 아주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아. 조금 혼동되긴 하지.
- 음, 네 말이 더 맞는 것 같지만 이런 표현도 쓸 수 있어.
- 미안, 이게 번역한 도서라서 좀 아쉬운 표현도 있네.
- 대단하군. 이게 문제가 되는구나! 문장 부호를 거기에 넣어야 하는 줄 몰랐나봐.
- ...(점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