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는 얼마 전에 학교 겨울방학 특강에 필요한 교재비 5,000원을 집안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로 벌어갔습니다.

[초등 3학년 이니의 하룻밤에 5,000원 모으기]
1. 어머님댁에서 아이와 함께 집에 오니 벌써 9시입니다. 이니는 뭔가를 한다고 방에서 꼬물거리며, 절대로 오지 말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무척 궁금해하고 있는데, 이니가 9시 반쯤 저와 남편에게 뭔가를 배달해줬습니다.

* 광고지
이니가 아르바이트와 조개를 판다는 내용입니다.
엄마와 아빠만 이용 가능한데, 아르바이트 가능한 요일은 '월, 수, 목, 토, 일'입니다.
가능한 아르바이트는 어깨 마사지 500원, 허리 마사지 800원, 설겆이 500원, 구두닦이 500원 등입니다.

당구장 표시와 함께 조개는 당일 밤 9시 50분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주위를 둘러보니, 가까운 곳에 이니가 아빠에게 부탁해서 얻은 작은 종이 상자가 엎어져 있고, 그 위에 9시 50분이라고 적힌 종이가 한 장 있습니다. 조개가 몇 개 놓여 있는데 가격이 아직 없습니다.

* 함께 온 종이 봉투 속에 든 쿠폰...
이니는 네모나게 대충 접은 봉투도 함께 줬는데, 그 안에는 다양한 할인 쿠폰이 있습니다. '100원 할인'도 있고 '20원 할인'도 있습니다. 꽤 넉넉하게 쿠폰이 들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우선 아빠가 이니에게 마침 어깨와 허리가 아팠다며, 아르바이트를 시킵니다.
이니는 생각보다 힘이 세서, 아빠가 계속 '살살 해'라는 부탁을 하며 마사지를 받습니다.
이니는 사실 '손이 매운' 아이입니다. 저도 이니에게 부탁하면 늘 아프다고 살살살... 이란 주문을 하게 되지요.

저는 이니에게 일단 조개를 사기로 했습니다.
이니가 와서 가게에 앉기에 자세히 보니, 그 사이 조개마다 흰 종이가 놓여졌는데, 종이 뒤에는 '조개에 따른 이름과 가격'이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조개는 '신발 300원'입니다. 모양이 왠지 신발스럽습니다. 어떤 조개는 '무지개 200원'입니다. 정말 무지개처럼 예쁜 색이 도는 동그란 조개입니다. 빨간 돌도 하나 파는데, 조개를 주워올 때 따라온 것입니다.

지난 11월 부산에 갔을 때 바닷가에서 환경을 위해 욕심을 버리고 아주 조금만 조개를 주워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조개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조개를 하나하나 사다가 결국 제가 다 사버렸는데, 반지상자에 딱 맞을 정도로 양이 적습니다. 조개 구입에 1300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따라 양이 적은 설겆이를 부탁하고, 제 구두를 닦아 달라고 해서 다시 1,000원이 나갔어요.
어깨 마사지를 해달라고 해서 다시 500원을 더 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바지런히 움직이는 이니 목에는 "케로로 중사 모양의 지갑"이 걸려 있는데, 그 지갑에 '파이팅~~ 5,000원!!'이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있어서 사실 꽤 귀여웠습니다.

결국 이니는 5,000원을 모두 모았고, 대성황리에 첫날의 아르바이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이니와의 인터뷰]
엄마 - 왜 아르바이트 하는 날이 들쑥날쑥 한가요?
이니 - 매일 일하면 힘드니까 중간에 쉬는 날을 넣은거죠. 주말에 내내 일하려면 월수금을 일하면 금토일 모두 일해야 해서 목요일과 금요일은 서로 바꾼 거고.

엄마 - 오늘 돈을 벌어 본 소감은 어떤지요?
이니 - 아빠는 꼭 필요한 것만 주문한 것 같은데, 엄마는 별로 필요도 없는데 많이 주문한 것 같아요.

이후 이니는 제게 200원을 돌려주었는데, 그 200원은 지난 해 봄에 제가 이니에게 앞으로 주말마다 '피아노'를 배우기로 하고, 1일 수업료로 200원을 주기로 해서 냈던 수업료입니다. 제가 그냥 갖고 있으라고 언젠가 배울 때 그 비용으로 해달라고 했더니만, 그 때 다시 내라고, 공부할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1년이나 지났으니까 일단 돌려준답니다.
나중에 수업료가 오르진 않는지 조심스레 여쭸더니 '이니 曰 - 수업료는 더 올릴 생각은 없는데, 진짜 배울 생각이 있는거야, 엄마?' 라고 되묻습니다.
집에 피아노 생기면(생기려다 안 생겼거든요) 언젠가 이니에게 200원에 피아노를 배울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

[총 결산]
결국 내야했던 특강 교재비 5,000원은 이니의 다양한 아르바이트 후에 치뤄진 금액이라서 사실 저로서는 무척 흡족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결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다음 날 아침 '닦은 티나는 구두'를 신으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니는 오늘 개학했습니다.
겨울방학이 좀더 길면 저도 마음이 편할텐데... 자꾸 이니가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