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애매하게 중간에 있어서, 학생들 졸업식 일정이 많이 겹치는 것 같은 2월이랍니다.

저희 10살 된 딸 이니는 2월 24일에 작은 피아노 콩쿨에 나갈 예정인데, 그 날이 저희 도련님 졸업식... 게다가 남편 생일까지 같은 날이라서 저희 식구는 무척 애매해 하고 있지요. ^^;;;

이번에 콩쿨 준비하면서 무척 힘들어하면서 하는 말이
 "스트레스가 비만의 원인이라는데"와
밤중에 늦게 대중사우나 다녀와서 하는 말이
 "기분이 좋아서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아"라는 말이라서,
아이들이 시험 준비할 때 느낀다는 스트레스를 조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

어제는 9시 반쯤 연습 끝낸 아이들을 피아노 선생님께서 한 턱 내시겠다고 해서, 우루루 떡볶이를 먹으러 갔더군요. 제가 생과일주스를 한 잔씩 추가로 돌리고,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힘내라고 이야기해주고는 이니와 집에 오는 길에(이미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이니에게 이런 엉뚱한 이야기를 해줬어요.

"봄에는 네 방을 열심히 치우자. 알았지? 그래야 네 방에 쪼그만 피아노라도 하나 들여놓을 수 있지."
"진짜 피아노 사줄거야?"
"그럼"
"실은 네 방이 늘 작아서 걱정이라서, 아주 작은 피아노를 들여 놓을 거거든."
"얼마나 작은데, 엄마?"
"한 요만큼? 건반이 일곱 개밖에 안 되. 아니 그럼 좀 너무 작은가? 그래도 솔까지는 나와야 하니까, 9개 정도?"
"히히. 그게 뭐야?"
"칠 수 있는 노래가 별로 없긴 하겠다. 그치? 뭐가 가능하려나? 도미솔 도미솔 라라라...이건 라가 나오는 부분을 피아노 건반 대신 손뼉을 쳐야 하겠다."
"솔까지 있으면 이 노래가 가능하지. 미레도레 미미미 레레레 미솔솔.. 근데 정말로 그렇게 작은 피아노야?"
"응! 하지만 네가 너무 슬퍼하면 안 되니까, 엄마가 잘 해서 낮은 도에서 높은 도까지는 나오는 좀 큰 걸로 주문해줄게. 그러니까 콩쿨 재미나게 잘 연습해서 나가자고. 알았지!"

콩쿨에서 상을 받으려고 나가는 게 아니니 쉬울 거라 생각한 엄마와 달리,
이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답니다.
그래도 매일 밤 늦게까지 하는 특훈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고생을 해보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야. 이니야! 열심히 해! 아자아자!
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