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네 학교는 학기 초 개학하자마자 바로 국어와 수학 기초 평가를 합니다.
그 평가를 바탕으로 성적이 안 좋은 아이들은 방과 후에 기초학습을 학교에서 따로 시키지요. 울 어머님께서는 그 반을 그냥 '나머지반'이라고 부릅니다.

이니네 학교에서 나머지반을 운영한다는 것은 초기엔 몰랐던 것인데, 지난 해 이니 반 친구 중 몇 명이 수업 후 나머지반에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작년 반에는 2명이었는데, 그 친구들은 수업 시간에도 다른 아이들보다 확실히 학습 속도가 떨어져 일반 학습 분량을 전혀 따라가지 못 하더군요.

그런 이유를 가지고 보는 시험이라 시험은 지난 해 배운 전체 분량에서 출제되며 난이도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아이들의 성적을 공지하지 않습니다.

4학년 이니네 반은 담임 선생님께서 초임 교사로 첫 발령지, 첫 담임을 맡으신 착하고 여린 인상의 여자 선생님입니다. 혹시 학교 수업에 아이들이 장난만 치고 잘 따라가지 않는 것은 아닐까 염려도 되고 해서, 학기 초 학부모총회 때 시간을 내어 방문했습니다.
지난 해까지는 총회 때 10여 분 이상이 참석하신 것으로 알고 있기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예상했으나, 실제 오시기로 한 것은 저를 포함하여 네 분. 다행히 위아래 자녀가 있으셔서 잠시 들리러 오신 분까지 포함하니 간신히 열 분 정도가 다녀가신 것 같더군요. 여하튼 참여 인원이 너무 적어서 적절히 구경만 하려다가 총회 당일 녹색어머니 활동을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성적을 궁금해하는 엄마들 덕분에 성적 정리한 것을 봤는데, 이니가 국어는 84점인데 수학은 100점이어서 엄마들 눈에 띄었는지, 한 턱 내라는 엉뚱한 제안을 받아서 대신 연락을 담당한다는 녹색어머니 반 대표를 덜컥 맡았지요. 4학년은 아이들도 학교 운영을 너무 잘 알아서 수업을 따라가는 아이와 아예 잘 안 하는 아이로 나뉘듯 엄마들도 대부분 뒤로 빠지려는 듯 녹색어머니 모임에도 반대표들이 살짝 얼굴만 비치고 사라지는 바람에 제가 학년 간사까지 맡는 어이 없는 상황...

사실 학년 간사는 각 반 대표 엄마들에게 업무 전달하고, 우리 반 일정 챙기고, 발대식에 참석하고, 학교마다 다르지만 약간의 운영회비를 내는 정도입니다만, 직장인 엄마가 활동하기에는 그리 녹녹치 않은 업무임에 틀림 없습니다. 여하간 엄마들의 귀뜸은 '그냥 전화만 하면 되요' 였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지요... ^^;;;;

지난 수요일 우여곡절 끝에 녹색어머니 발대식에 다녀오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3일 저희 반 활동이 끝나면 각 반 활동만 체크한 후 다행히 4월 이내에 제 일은 끝날 것이라서 정말정말 다행이지만, 잘 모르면 이렇게 '선무당이 사람 잡듯' 영 할 줄 모르면서 일을 하는 얼치기가 되기도 합니다.

발대식에서 문득 안 사실, 올해부터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상해보험 처리가 된다고 합니다. 만약 상해보험 가입이 안 된 학교가 있다면 가능한 적극적으로 학교에 요구하셔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안전을 요청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 어머니까지는 전달되지 않지만 학급대표 이상은 '위촉장'을 받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봉사활동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위촉장 하나의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진답니다.

그리고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어른들이나 중고생, 윗 학년이 먼저 모범을 보여주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다는 것...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운전자가 안전 수칙을 자주 무시한다는 것을 본인도 알면서도 횡단보도 옆으로 빠르게 대충 건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대로 배워서 혼자 길 건널 때 안전선 안쪽으로 건너지 않을 때가 많은데, 이런 경우 골목길에서 신호 보고 갑자기 방향 돌리며 나오는 차량이나 정지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에 다칠 위험이 꽤 높습니다.

회사 나오기 전에 녹색어머니 활동하고, 다시 집에서 회사갈 준비하고 나오느라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택시를 타고 나왔지만 이런 활동은 안전을 위해 많은 어머님들이 자진해서 참여해주시면 좋겠단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