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hoon.com에서 하는 이벤트 혹시 아시나요?
그 이벤트가 뭐냐 하면요...

TV에서 나오는 삼성의 광고인 '훈이네 집' 이야기의 뒷 장면에서 엄마가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지를 적는 이벤트랍니다. 최근엔 그 내용으로 적었던 엄마들의 글이 다양하게 뒷 이야기로 붙어서 TV에서 광고 중이지요. 사실 저 이벤트가 엄청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내용을 돌아보면 어떤 이야기를 '임팩트'있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아리송해진답니다.

혹시 기억 못 하시거나, 못 보신 분을 위한 광고 내용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학교에서
훈이가 시험지를 받습니다. 그 때 뒤에 앉은 아이가 갑자기 우는 소리가 나죠. 훈이가 놀라서 옆 자리 친구에게 물어봐요.
훈이 - 쟤 왜 울어? 빵점 맞았대?
짝꿍 - 아니 하나 틀렸대.
훈이 - 어, 난 다섯 개 틀렸는데.

#2. 집에서
훈이가 신나서 집으로 달려 들어 옵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신나게 시험지를 건네주지요.
훈이 - 다녀왔습니다. 엄마, 나 다섯 개 틀렸어. 잘했지.
엄마 - ...

그리고 훈이는 날듯이 거실 쇼파로 가서 TV를 켠답니다.
이럴 때 엄마가 어떤 말을 해주는 게 좋은가 하는 것을 인터넷에서 이벤트로 말풍선에 글 써넣기 이벤트로 진행하는 것이지요.

저희 아이가 늘 90점 이상 받던 수학 시험 성적이 70점대로 나왔어요.
수학경시고사에서 76점을 받은 딸은 역시 훈이처럼 별 걱정도 없이 76점을 받았다고 하고, 그냥 잊은 듯 잘 놀더군요. 그래서 시험이 무척 어려웠었나보다 그러고 말았지요.

그리고 며칠 전에 그 광고를 같이 봤는데 아이가 하는 말이, 훈이가 저렇게 즐거워 하는 이유는 전 시험을 늘 못 봤던 아이였거나, 아니면 엄마가 평소에 점수가 잘 안 나와도 혼내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잠시 생각해봤는데, 우리 딸은 훈이보다 더 틀렸거나, 훈이만큼 틀린 상태였습니다.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험에서 반 아이들은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왔는지 물어봤더니, 딸이 말해주기를 반에서 약 1/4 내지는 1/5 정도가 1개 틀렸을 것이고 그래서 아마도 그 아이들은 95점 이상이라서 은상을 받았을 거라고 합니다. 시험이 어려웠던 게 아닌 거죠. ^^;;

그래서 현명한 엄마는 아이에게 이럴 때 뭐라고 해야 옳을지 고민이 되서 gohoon.com 홈페이지에 가서 엄마들의 글을 한참 봤답니다. 그런데 대부분 '고생했다' '잘 했다' '네가 긍정적이라니 좋다' '다음엔 잘 해보자' 등이 80% 이상! 간혹 '날도 더운데 너까지!' 이런 과격하다 못해 너무 솔직한 멘트가 있긴 했지만, 정말 저 방식으로 자녀에게 말씀을 해주신다면 우리나라 사설교육기관들은 모두 파리 날려야 할 상황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말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집에서 하는 멘트 다르고, 이벤트에서 하는 멘트 또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럼 고민을 다시 해보자고요. 실제 상황에서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감정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 문제 상황이긴 한가요? 문제 상황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혹은 문제라 생각한다면 무엇이 문제인가요? 감정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참 고민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문득 훈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해줬어야 하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딸에게 해줬어야 하는 말]
이번 시험 결과가 마음에 드니? 사실 엄마는 좀 아쉽다.
왜 그럴까?
네가 노력한 결과로 받은 것이긴 한데, 엄마가 더 기대했었나봐.
어떤 일을 잘 해내려고 노력해서 더 이상의 후회가 없을 때, 그 결과는 이기든 지든 충분히 만족할 수 있거든.
난 네가 이번 결과에 속상해할만큼 노력해주었다면 5개 틀렸어도 그 이상을 틀렸어도 괜찮을 것 같아.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 많은 성찰을 하게 되네요. *^^*

[뒷 얘기]
저 시험 결과 이후 고민 끝에 저 위에 올린 이야기를 결국 다시 딸에게 해줬습니다.
그러자 아이도 결과 자체가 맘에 든 건 아니라고 하기에, 잘 됐다 싶어서

"그럼 앞으로 공부 소홀히 하지 않도록 노력해줘. 공부는 할수록 재미나고 안 할수록 재미 없는 것이거든!"

이라고 정리해줬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이는 여름 방학 내내 여행이며, 캠프며, 체험 전시회며 다니느라 공부와는 거의 담 쌓고 지냈지만, 최소한 공부 안 하고 '앗싸!' 하는 마음을 갖지는 않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