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는 속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같기도 합니다.
눈 깜짝할 새 잎새 위를 톡 튀어 올라 공간에 사라지듯, 깜짝 놀라 돌아보면 어느 새 아이는 친구처럼 성장해 있습니다.

지난 해 이니는 4학년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교육관이 '자치적 교육'이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이 기본이고, 필요한 경우 조력하는 것을 위주로 하다보니 아쉬운 점도 있고, 여러 생각도 듭니다.

올해 드디어 초등 5학년이 되는 이니와 5학년 부모가 되는 제 위치에서 초등 교과 과정과 부모로서의 자세를 다시 돌아봅니다.

1. 입학 할 때 - 한글이나 수학, 그리고 어떤 것을 꼭 가르쳐서 보내야 하나요? 얼마나 가르쳐야 하나요?
대다수의 아이들이 선수학습을 하고 입학합니다.
덕분에 초등 1학년 아이들은 누구나 만점을 받고, 조금 못 하면 한두 개 정도 틀립니다.
덕분에 만점이 너무 많아서 모든 아이들과 부모들은 '만점폐인'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만점 이외에는 점수로 안 보이고, 그 외엔 잘 했단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더라는 말씀이 있는 시기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가져오는 시험지를 보면 '이걸 틀리다니, 너 정말 이럴래?' 라는 말이 나올만 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학습하는 환경으로서의 학교, 학습의 기본 자세와 마음'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초등 입학 전에 공동 생활을 할 때 필요한 사회적인 개념들(인사하기, 바른 말 쓰기, 양보하기, 사용한 것은 제자리에 두기, 함께 나눠 쓰기, 친구와 사이 좋게 지내기,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하기, 쉬는 시간과 수업 시간 구분하기, 가능한 식사 남기지 않기, 떼부리지 않기, 혼자 튀는 행동 하지 않기, 과제물 잘 챙겨 가기...)에 대한 학습을 부모님과 자녀 모두가 해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 공부에 해당하는 한글이나 수학 기타 과목 공부는 해두면 당연히 도움이 되지만, 교재를 얼마나 풀고 갔느냐가 중요한 시기가 아닙니다.
대신 한글이나 수학 등 기초 학습이 덜 된 경우, 아이들이 초기 학교 생활 적응에 애쓰면서 동시에 학습에도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염려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교과 과정은 아이가 '열심히 공부한다'는 전제하에 크게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열심히 공부한다'는 의미는 부모님께서 아이의 학교 수업에 대해 매일, 매주, 매월, 매 학기마다 꼼꼼하게 챙겨서 뒤쳐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예습, 복습을 챙겨야 한단 의미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는 학업에 관심을 잃게 될 우려가 있으며, 학습에 흥미를 잃게 되면 학교 가기 싫어질 확률도 있습니다.

한글은 기본적인 쓰기와 받아쓰기 일부를 아이가 할 수 있는 정도로 하되 사실 필요한 받아쓰기 연습을 주별로 학교 진도에 따라 나가면 되므로, 쓰기와 읽기는 기초 수준 정도로 준비하시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너무 쉬워서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백점 맞았어요!" 라는 아이 말이 나오면 문제란 점도 기억해 주세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 학교에서 놀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정말 유치원생마냥 놀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학습 태도에 결과보다 더 관심을 가져주시는 시기가 바로 초등 1학년 시기입니다.

2. 초등 2학년 - 교과 수업이 본격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학습 과정은 아닙니다. 학교 수업과 자신의 공부 사이에 리듬을 맞춰 가는 것이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적응이라 생각합니다. 친구들과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는 스스로 원하는 공부들을 찾아서 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교과 외 수업인 예체능 과목 중 자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관심 분야에 집중해 보도록 해주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나 바이얼린 등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면, 2, 3학년 시기에 콩쿨에 나갈 준비를 해본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경험'적으로도 성숙할 기회를 마련해 주시면 좋습니다.

이 시기에 장래희망이나 자신의 삶의 목표를 그려볼 수 있도록 위인전을 읽어 보도록 하는 것이 많이 권장 되므로, 좋은 위인전을 자녀와 함께 읽어 보고 이야기를 나눠 보시길 권합니다.

3. 초등 3학년 -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등의 '생활'형 교과, 통합 교과 대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미술, 음악, 체육' 등으로 나뉜 교과목을 배우게 됩니다. 그만큼 본격적인 교과 기초 수업이 제대로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바꿔서 말하자면 2학년과 3학년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도약을 해야 교과에 맞춰 진도 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초등 3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마다 좋아하는 과목이 분명해지고, 어려워 하는 과목은 아예 공부하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부터는 시험 결과도 큰 폭의 차이를 보이게 되고, 결과에 연연하면서 엄마와 자녀 사이에 큰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이해해주실 것은 이런 것입니다.

교과목을 이해하는 것과 문제로 풀어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은 아이와 부모, 교사 모두에게 더 좋은 성장을 기대하게 하므로 아이가 기본적인 학습 시간을 유지하면서 교과를 넓게 보고 공부하고, 즐길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재미있는 관련 학습만화나 교재, 그리고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하게 해주시고, 아이 수준에 맞는 학습지를 선택해서 꾸준하게 공부하게 해주시면 좋습니다.

참고로 서점에서 낱권 구매 가능한 학습지들은 교과 과정과 그대로 연계되도록 나오기 때문에 교과와 비교하여 자녀과 관심 있어 하는 학습지를 고르시면 좋습니다. 그러나 방문형 학습지의 경우 교과와 무관하게 교과보다 더 넓은 영역을 다룬다는 것을 강점으로 하면서 실제 교과서 내용을 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경우 이런 영역의 학습을 해도 학교 수업에서 좋은 결과로 바로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기본 개념 학습보다 넓은 확장학습을 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4. 초등 4학년 - 학교마다 다양한 교과 외 활동과 교내 CA활동, 걸스카우트, 컵스카우트 등의 단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처음 시작하게 된 활동은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거의 그대로 참여하게 되므로 자녀가 관심 있게 생각한다면 관련 활동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신 후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선배나 부모님들께 여쭤 보신 후 활동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학교에서 재량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이런 프로그램들은 아이들간에 친밀감을 높여주며, 아이들에게 일종의 명예의식을 키워주기도 하므로 리더로서 또는 자기 표현에 능한 자녀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들의 관심이 큰 영역입니다.

저희 아이 학교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카우트 활동대원들이 신청한 것을 보니, 여학생들은 꽤 많이 신청했는데, 남학생들은 반도 안 될 정도로 적었습니다. 사실 여자 아이들은 워낙 서로 친밀감도 좋은 편이고, 남학생보다 리더십도 뛰어난 경우가 많은데 더 열심히 이런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데, 남학생들은 일부러라도 활동을 해보게 하면 좋겠다 싶은 아이들도 참여하지 않아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도 아이 스스로 자기 평가가 가능해지는 시기가 이 시기부터입니다. 
그러므로 은연 중에 아이들 사이에 잘 하는 리더 그룹과 따라가는 그룹, 공부와 관심 없이 노는 그룹이 형성 되고, 학습 성과로도 눈에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초등 4학년'에 대한 다양한 담론의 저서가 나온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 것이겠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사실 아직까지 결정적인 것은 없지만, 이 시기에 학습 태도를 고민하고, 좋아하는 교과가 없으며, 학교 가기 싫어한다면 좀 심각하게 교육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 4학년인 이니가 현재 하는 활동은 이렇습니다.

* 학교에서 - 걸스카우트 활동, 기타 교내 봉사 활동, 방과후 수업(지속적으로 연계된 교과목을 듣게 되면, 3, 4학년 이후부터는 보다 전문적인 과정을 연계해주시거나 자격증 취득을 제안하시기도 합니다)들

* 학원에서 - 피아노(약 3년 7개월), 바이올린(약 2년), 미술(약 3개월) (영어는 지난 12월 중순까지 하던 수업을 현재 잠시 중단한 상태)

* 받아 보는 월간지 - 어린이과학동아 2년 째 구독 중, 천재교육 '우등생논술' 1년 째 구독 중
(보리출판사 '개똥이네 놀이터' 1년 구독 종료, 지학사 '초등독서평설' 1년 구독 종료.)

* 이니의 학교 성적 - 따로 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매 시험을 봅니다. 일체 고사 성적은 대부분 90점 이상입니다. 사실 저는 시험 기간 전에 공부를 좀 해주면 좋겠지만, 이니 생각에는 '시험은 지금까지 배운 것은 얼마나 알고 있나?'를 보는 것이라서 따로 공부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판단하여, 공부 없이 시험 보는 것을 쭉 유지하는 중입니다.

* 이니가 좋아하는 과목들
1순위 - 음악, 체육, 미술
2순위 - 국어, 수학, 과학, 영어, 컴퓨터 등 모든 과목
3순위 - 사회

* 4학년 겨울 방학 및 봄 방학 - 겨울 방학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과 학교에서 하는 컴퓨터 수업(포토샵 과정)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리브로에서 대여한 '마법의 시간여행' 전집을 보고 있고, 그 외 집에 미리 갖고 있던 책들을 보는 중입니다. 만화 유형의 책을 좋아하고, 일반 텍스트의 책에 관심이 떨어져서 긴 텍스트와 그림 많은 중간 두께의 책들을 섞어서 보는 중입니다. 앞으로 취약점이 될 부분이 독서가 될 듯합니다.

5학년에도 학교에서 재미난 공부를 할 것이고, 앞으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며 공부하는 법을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가 최근 제 관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