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_6~8세] 7살 수학

■ 제목 – 7살 수학

■ 출판사 – 한울림

■ 저자 - 이원영 저, 김민경 그림

부모에게 있어 '7살'은 학교에 보내기 직전, '학교 보내기 메뉴얼'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며, 그 시기에 꼭 필요한 공부를 위해 무조건적인 준비와 희생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이 책은 '7살 수학'이란 이름보다 수학과 친해지고 싶지만, 수학을 안 좋아하는 아이를 위한, 연령보다 수학 '기초'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원론적인 물음을 던진다. ‘수학이 뭐지?’, ‘수학을 왜 배우지?’, ‘수가 뭘까?’, ‘수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지?’ 등등의 질문들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질문하면 회피하고 싶은 참 어려운 질문일 수 있지만, 이런 질문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난 꼭 필요하고 재미있는 수학을 공부하고 싶어!’라는 마음을 갖게 한다.

수학 교과서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궁극의 수학적인 물음에서 출발하는 이 수학 활용 동화이자 워크북은 ‘원시 시대’ 수학의 태동을 아이들이 온 몸으로 깨닫고, 생각하고, 꿈틀거리게 해보도록 권한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1권은 모두 5개로 나뉘어지는 얇은 책자로 툭툭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 중 한 권은 맨 앞에 있는 책으로 아이가 아니라 엄마 몫이다. 말하자면 ‘엄마에게도 지침이 필요한데 이를 맨 앞에 두어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먼저 알려 주는 구성’이다.

그 뒤로 나오는 책자들은 모두 4권, 어린이용으로 매 주 한 권 분량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구성된 어린이용 책은 다시 동화를 통한 개념 이해와 자녀가 참여하여 이해하고 활용하는 코너가 있고, 보다 아이 수준과 우리 수학교과서 수준에 맞는 응용 및 활용 문제 코너가 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수학 동화가 ‘수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1권(1~4주 기초) 과정 진도를 살펴 보면 아래와 같다.

1주 내가 발견한 말 _ 구석기 시대(유럽) _ 언어와 수학
2주 내가 만든 기호 _ 신석기 시대(프랑스 라스코동굴) _ 기호와 수학
3주 내가 만든 숫자 _ 메소포타미아문명 _ 십진법의 기초
4주 내가 사용한 서수 _ 청동기 시대(유럽) _ 서수의 활용

아이들에게 교과서로 제공되는 수학이 ‘수는 1, 2, 3, 4 …’ 으로 이루어지며, ‘1 + 1 = 2라는 방식으로 수와 수 사이에 연결 부호인 연산자를 사용하여 수식을 만들 수 있다.’ 등의 수학의 정해진 개념을 가르치는 것은 ‘수’를 이해하게 하기 보다 수학을 받아들이게 하는 학습 과정이다. 이 과정은 ‘중핵교과과정’으로도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이 알아야 할 수학의 핵심을 개념에 맞게 정리하여 제시하고 아이들이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원영 저자가 만든 이 책은 ‘아이에게 수를 맥락 정보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생각하여 수를 탄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각 분권 책 뒷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지은이 이름에 자기 이름을 쓸 수 있는 칸이 있고, 책을 완성한 날짜를 쓰는 칸도 마련해 주었다. 이런 방식으로 수학을 가르쳐주는 학교나 선생님이 계시다면 아이에게 수를 즐기게 하기 위해서 꼭 배우게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과정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저자가 만든 책은 이런 한계성을 메워주기 위한 수학교육의 새로운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
그림이 칙칙해서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좋아하겠느냐는 질문을 누군가 하셨다. 이 부분만큼은 아쉽지만, 시대적 배경과 언어로서의 수학 태동을 표현하려고 그림작가가 노력한 것을 보면서 그래도 흡족하다.

이 책을 보면, 아이에게 ‘수’를 이야기처럼 풀어내고 접근할 수 있는 힘을 줄 것 같다. 수 이전에 언어가 탄생하고, 개념과 언어를 연결하고, 표현을 통해 더 많은 뜻을 담기 위해 기호를 사용하고, 이런 기호를 수에 차용하는 과정이 그대로 수학의 역사를 담아 내기에 무척 흥미롭다. 아이들이 이 책을 엄마와 함께 본다면, ‘수학’이 수식으로 이야기해주는 ‘즐거운’ 또는 ‘신나는’ 또는 ‘슬프거나’ 또는 ‘배고픈’ 수 이야기를 아이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