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31개월 남자아이인데요, 최근에 아이의 말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여러 사이트에서 엄마들의 고민과 선생님들의 답변을 보고 정말 문제구나, 싶어서 그저께는 용기를 내어 소아정신과(개인병원)에 갔습니다.
아이의 언어특징은
-부르거나 질문을 하면 대답을 잘 하지 않습니다.
-남이 부르거나 질문 할 때는 거의 모른체 합니다. (의사선생님이 부르거나 볼펜을 들고 이게 뭐지? 했을 때 대답을 하거나 쳐다보지 않고 볼펜을 달라고 손짓만 했습니다. 의사샘이 애를 놔두고 나가 있어보라고 해서 나갔는데, 볼펜에 몰입해서인지 우리를 찾지도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고 처음 말문이 트일 때도 책에 나오는 말들로 시작하고, 평소에 놀 때도 책에 나오는 말이나 문장을 이야기하면서 잘 놀았습니다. 24개월 이후부터 비디오를 몇 편 보았는데, 비디오를 무척 좋아하고 몰입하면서 비디오에 나오는 캐릭터가 하는 말, 상황 등을 재연하다시피 하면서 놉니다.
-엄마 아빠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할 때도 손을 잡아 자기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 놓거나 말을 한다 해도 "맘마 줄까?" "노래 틀어줄까?"하고 엄마가 했던 말들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다른 어른들(친척들)을 만나도 그 어른이 잘 했던 말, 함께 재미있게 했던 놀이 그런 걸 기억하고 해 달라고 계속 반복하기를 요구합니다.

처음에는 얘는 이런 식으로 말문이 트이나보다, 이렇게 하는 게 저한테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이겠거니, 저러다가 곧 자연스럽게 대화도 할 수 있겠지... 했는데, 가만 보니까, 실제 상황에서도 책이나 비디오에 나오는 상황을 끌어다가 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직장에 다니지만 돌 조금 지나서까지 휴직하고 아이 곁에 있으면서 책도 많이 읽어주고 노래도 많이 들려주고 불러주고... 아이에게 관심을 많이 쏟는다고 했는데.... 그런 책이며 노래며 나름대로 신경써서 골라서 조금씩 틀어준다고 애쓴 비디오 등이 아이에게 그런 영향을 줄 줄이야..... 그런 것에 혼자 몰입하게 안 한다고 함께 놀이하듯이 그 내용으로 이야기하고... 한 것이 일상생활 언어에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의 의견은 우선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겠다면서 상담결과(10분이나 했을까? 너무 무성의해서 속상했습니다.) 반향어를 사용한다, 비디오 증후군이란 말도 못 들어봤냐? 인지능력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뭐 그런 말이었고, 그 의사는 제가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어서 다른 종합병원 소아정신과에 예약을 해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요즘 제가 집에 있기 때문에 비디오는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는 비디오를 거의 찾지 않고 잘 노는데, 여전히 비디오에 나오는 말, 책에 나오는 말을 주로 합니다. 기분은 대체로 밝고 좋은데, 요즘 말하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제동을 거니까 좀 짜증을 내고 무료해 하고 혼자 중얼거리고... 그럽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무척 잘 알아듣고, 이해도 잘 하며 발음도 정확한 편입니다.

검사를 받아보면 알겠지만, 검사 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 동안 집에서 제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대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우선, 아이가 비디오나 책에 나오는 말을 하면서 제 반응을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받아주고 하면서 "그래서 지금은 어때, 지금 준이는?" 하며 현재와 연결시키기나 "그건 비디오에 나오는 말이지? 준이 얘기를 해야지" 이런 식으로 타이르기도 합니다. 계속 이렇게 하면 될까요?
또, "~~ 해 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으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기도 합니다. 우산을 좋아하는데 "우산 펴줄까?"라고 하는 것을 "우산 펴 주세요."라고 해야지~ 하면서 끝까지 안 들어줬더니, 그 말을 하긴 하는데, 다음에도 또 "우산 펴줄까?" 하거나 아예 안 편 채로 갖고 놀기도 합니다. 오늘은 다른 문제로 한참 울고 떼쓰고 화내고.... 야단이었는데, 아이가 울면서 대충 "~ 해줘" 하는 걸 얼른 "그래그래, 잘 했어. 그래야지"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아이가 자꾸 위축되고 포기하고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그러지 말까, 싶다가도 안 그러면 계속 대화하는 말하기가 안 될 것 같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이 시기에 어떤 놀이를 하면서 아이와 놀면 좋을까요? 그림그리기도 조금만 끄적거리고 말고, 블럭쌓기도 그렇습니다.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데,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것보다 무작정 걷고 찻길에 나가고 뛰는 걸 좋아해서 무척 힘이 듭니다. 가을부터 짐보리 같은 놀이 교육하는 데에 보낼까 싶은데 괜찮을지? 가면 어울려서 함께 하기보다 저 혼자만 놀려고 할 것 같은데...

너무 글이 길어졌죠? 죄송합니다.
답변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