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세아이중)가 4월생이라 또래보다 똑똑하고 이해심이 많습니다. 학교에 일찍 보내야할지를 고민할 정도로 학습능력이 뛰어난 편이에요. 그러다 마음이 약한 것 같아 그냥 제 나이에 보내기로 했답니다.

지금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특별히 친한 친구가 없다고 합니다. 5개의 그룹 정도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 어느 그룹에도 속해있지 않다는군요.

1학기 내내 누구하고 놀았냐고 물어보면 그때그때 친구들이 바뀌어 있습니다.
어떨땐 어떤 그룹 멤버와 다 같이 놀기도 하고 어떨땐 다른 그룹에 형성되어 있지 않는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어떨땐 그룹에서 삐져나온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놀 친구들이 없으면 혼자놀기도 하고..

크게보면 그룹이 2개로 축약된다는 군요. 극중 한 그룹은 카리스마가 대단한 여자아이가 장악하고 있고 다른 한 그룹은 착하지만 생일이 느린 아이들이라고..
또 카리스마가 있는 아이의 그룹은 새로지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고 다른 그룹은 우리 아파트아이들이라고..

저희 아이는 두 그룹중에 어디에도 끼이지 않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카리스마가 있는 아이의 그룹에 자기가 놀고 싶은 아이가 있는 것 같은데 끼워주질 않으니 못노는 것 같아요. 생일이 느린 아이들과는 피아노학원에 같이 다니는데 학원에서만 같이 논다고 하더군요. 유치원에서는 가끔 딸이 놀친구들이 없을때 어울리나봐요.
오히려 남자아이들과 노는걸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은데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과 노는것에 항상 호의적이지도 않아 걱정입니다.

아이의 성격은 어릴때부터 쉽게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고 말도 잘 걸고 양보도 잘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둘러서 얘기하거나 그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 상황을 회피합니다.(6살 유치원선생님의 말)또 인형같은 걸 가지고 노는걸 좋아하지 않고 만들기나 공룡, 딱지 같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것에 오히려 더 관심이 많아요. 공룡이름은 줄줄 외워요.

그런데 또래모임을 형성한 아이들은 전형적인 여자아이들이에요. 새침하고 이쁜것 좋아하고..또 대체로 대가 세다는 군요. 저희 애는 미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마음이 여리고 포용력이 있어요. 초반에 먼저 그룹을 형성해서 저희 아이를 좀 따돌리기도 해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적이 있어요. 그 이후론 그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자기는 다른 영역으로 가서 논다고 하더라구요.

또 동네 친구들(다른 유치원)과는 잘 지내는데 자기가 먼저가서 놀자고 하지는 않는 편이고 오면 잘 놉니다. 모나지 않고 양보를 잘하는 성격때문에 서로 우리아이와 놀기를 좋아하는데 막상 자기가 먼저 친구를 찾아나서지는 않습니다. 정말 심심하지 않고선...

유치원에서 아무런 그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니 혹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됩니다. 별로 즐겁지 않은데 즐거운 척 상황을 회피하고 있지나 않은지..
이제 방학한지 열흘 지났는데 벌써 유치원 가고 싶다고는 하네요.
선생님이 제일 보고 싶다고.. 친구들이 보고싶다고는 안해요.

저는 이렇게 걱정되는데 막상 본인은 별로 신경을 안쓰는 것 같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집에와서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물어보면 겨우대답은 하는데 대답하는 방식이 " 잘 모르겠는데 그런것 같기도 해요...누구랑 누구랑 친한것 같더라구요. 누군 좀 똑똑한 것 같긴해요. " 이렇답니다. 마치 자기는 신경을 안쓴다는 듯이..

병설유치원이라 초등학교까지 그 친구들이 계속 연결될텐데...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의 친구문제는 개입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신 분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친구문제라기 보다 정말 우리아이가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해결점을 찾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