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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답변해주시는 글들을 읽어보니 너무 친절하고 자세하게 해주시네요.
저는 외국에 살고 있는 4살된 (2003,1월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는 외아들이라서 남부럽지 않게 아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을 그것을 모르고 무조건 다른 아이가 가지고 있는것만을 좋아하고 부러워 합니다.
자기것이 아무리 좋고 비싸고 특별하고 다른 아이들이 다 부러워 하는 것이라고 본인은 그것보다 훨씬 작고 좋지도 않고 낡아 보이더라도 다른 아이가 자기고 있는걸 무조건 원합니다.
외국에 있다보니 서양애들은 워낙에 터프하고 외향적이라서 기죽지 않게 키우려고 싸우는것도 가르치고 놀리는것도 가르치고 하다보니 이제는 친구들도 다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는거 같습니다. 집에서도 자기가 뭐를 하고나면 꼭 부모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하고 감독처럼 시키기를 잘 합니다. 그러다 뭐가 맘에 안들거나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거나 하면 삐지고 돌아서서 가버립니다.
외국에 있다보니 영어를 주로 쓰는데 집에서는 한국말도 가르치려고 합니다. 4살이지만 영어와 한국말을 쓰다보니 말이 그리 빠른편은 아니고 자기는 주로 영어를 쓰고 한국말로 물어보더라도 영어로 답을 합니다. 문제는 영어의 발음이나 한국말을 가르치려고 하면 잘 따라하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언어뿐만아니라 다른 그림, 수영, 쓰기, 태권도..등등 뭔가 새로운걸 가르치려고 하면 잘 따라하지 않고 한번 시도했다가 자기가 잘 못하는거 같으면 아예 하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못해도 좋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지만 잘 안됩니다.
나이에 비해 활동적이고 유머러스하고 특이하고 개성이 강한편인데 학교에서도 주로 노는 아이들을 보면 자기보다 약하고 몸집도 작고 자기말을 잘 들을거 같은 아이들하고 놉니다. 똑같이 성격이 강하거나 아님 자기보다 말을 잘하거나 아님 고집이 센 아이들 하고는 어울리지 않습니다.이런 아이들을 자기가 싫어하면 다른 아이들도 자기의 이런 성격을 싫어한다는걸 알아야 할거 같은데.
제가 질문하고 싶은건
1. 무조건 남의것만 부러워 하는 성격
2. 배우려하지 않는 자세
이 두가지 입니다.
바쁘시더라도 답변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나 어머니.
문화적, 언어적으로 차이가 나는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예상치 못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때마다 주변의 도움의 받기도 쉽지 않으실거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한 개인의 성장에 있어서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필요한 양육환경이란 것이 있답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와 가까운 주변분들의 반응양식으로 '나'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갑니다. 이때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을 주양육자라하고 대부분은 아이의 엄마가 이 역할을 하게 되지요.
엄마의 뱃속에서 막~ 세상으로 나온 아가는
주양육자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이 세상을 안전하게도 또는 불안하게도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아기때, 아이가 배고프거나 졸립거나 아프거나 누운 자리가 불편할 때마다 보내는 신호를 주양육자가 민감하고 적절하게 반응해줄 때, 아이는 '이 세상도 엄마뱃속처럼 편안하고 안전하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대해 둔감하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해줄 때, 아이는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 불안함을 느끼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세상을 안전하게 느낀 아이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탐색해보는 적극적인 탐험가가 되는 반면, 세상을 불안하게 느낀 아이는 위축감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자체가 위기와 갈등의 상황이 되므로 문제를 회피하려고 하는 태도를 몸에 익히게 됩니다.
특히 걸음마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세상에 대해 알아가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이때 주양육자가 아이에게 많은 탐색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주도성'이 길러지게 되며, 반대로 많은 제한을 두거나 주양육자가 앞장서서 제시해주게되면 '의존적'인 아이로 자라게 되지요.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주도적으로- 세상을 알아가면서
이에 적절하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며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감'과 이에 따른 '책임감'을 키우게 됩니다.
우선, 어머니께서 적어주셨던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걸 누리는 것'에 대해서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과하게 주셨다는 것은 아이에게 '내가 원하는 것'대해서 아이가 충분히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미리 환경을 만들어주게 되면 아이의 '주도성'과 '통제감'형성에 방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했다는 경험이 부족해질 수 있고, 이 부족감은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가치를 못느낄 수 있고 이유없이 남의 것에 대한 부러움이 커질 수 있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배우려고 하는 자세'또한 마찬가지랍니다.
언제 외국으로 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아이는 많은 심리적 에너지를 쏟고 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림, 수영, 쓰기, 태권도 등을 배운다는 것은 아이에게 이중적인 부담을 줄 수 있게 되고, 어느 것에도 집중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배우려는 동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쉽지 않겠지만, 아이가 편안해질 때까지 좀 기다려 주세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은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주는 '인내심'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자람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