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우연히 이곳을 알게되어 늘 올려진 글만 읽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모쪼록 제게 힘을 주세요.. 사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만도 큰 힘이 되긴 합니다만....

전 지난 99년 초에 이혼하고 현재 다섯살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이혼 사유는 남편과 시댁의 끝없는 거짓말과 기타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짓말에 도취되어 종국에는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조차 구분이 안되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세상물정 모르고 그저 다 내 맘 같은 줄 알고, 사람 볼줄도 몰라 이런 사람과 결혼했었지요.

남편은 결혼전부터 2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었으며, 학력 등의 큰 것부터 정말 생활 속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 모든 면에서 저를 속였었습니다. 제가 돈때문에 이혼했냐구요... 이미 결혼한 것, 돈 때문에, 상대의 빚 때문에 무조건 이혼했겠습니까. 아침에 한 말 다르고 저녁에 한 말 다른 사람들 속에서 저는 제 자신 똑같은 사람이 되어갈까봐 너무나 두려웠으며, 제 아이가 똑같은 인간으로 자라나는 것도 또한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이혼하는 과정도 정말 힘들었답니다. 저를 거의 반납치해서 시속 200키로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이대로 같이 죽자는 등의 협박에서부터, 회사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질 않나...한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보는 듯 했었습니다.

참고로, 이미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별거를 했었으며, 결혼 직전부터는 물론이요, 이후로도 생활비를 받아본 적 한번도 없습니다. 이혼할 때도, 제가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을 십분 이용, 아이를 담보로 돈을 뜯어내질 않나, 그래놓고 막상 합의이혼 재판관 앞에서는 자신이 아이의 친권, 양육권을 행사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이혼을 안해주겠다며 저를 너무나 괴롭혀왔었습니다.

저는 부모님, 또 아는 몇몇 변호사님들께 조언을 구한 결과, 어차피 키울 의사도 없는 사람이 협박을 하는 것이므로 아이를 뺏길까봐 절대로 두려워하지 말고, 전남편이 이혼을 안해주겠다는 식으로 계속 협박을 일삼으니, 일단 다 넘겨주고라도 이혼을 빨리 한느 것이 낫다, 안그러면 재판이혼을 해야하는데 그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들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권, 양육권 다 주고 일단 이혼을 했습니다. 우스운 것은, 저희 친정집에까지 떼를 지어 몰려와 돈 내놔라 난동을 부린 시댁 식구들, 당시 난동을 부리면서 정말 할 말 못할 말 입에 담지 못할 소리들, 정말 인간의 본색이 다 드러나는 행동을 했었고,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너무나 추잡한 기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그 이후로 아이 양육비를 보내나 (한달에 백만원씩 보낸다고 큰소리 쳤었지요 아마, 물론 믿은 사람 없습니다) 그런건 바라지도 않고, 최소한 아이를 보러오길 하나... 아이가 5살이 넘어 이제 6살이 되어가도록 연락도 두절되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 겪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탄탄한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번역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봉도 4500만원이 넘습니다. 현재 친정부모님과 함께 살고있으며, 부모님 두분 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입니다. 손주에게 굉장히 각별한 분이시구요. 아빠가 없다는 것 빼고는 많은 사랑으로 정말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키우고 있으며 늘 아이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만...

몇일전, 전남편이 뜬금없이 저희 회사로 전화를 해서는 또 횡설수설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이제 6살에 들어가니 한번 봐야되겠기도 하구.. 하지만 아직 본인이 자리를 못잡아 당장 데려갈 수는 없고....등등

제가 일단 한 인간으로서 분노한 것은, 생물학적 아빠면 다입니까.. 이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이 통한다는 것이며 저런 못난 남자들이 그것을 십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몇년동안 연락도 없고 쓰던 전화도 다 연락도 안되고...

약 2년 전, 아이를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가려다가 정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잘난 애비의 인감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사람이 친권자로 되어있으니까요.

제가 처음부터 아이 아빠를 아이에게 접촉하는 것을 금하는 걸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매주 토요일, 시간 미리 정해서 오라고 저희 부모님과 제가 말해주었지만, 그걸 어긴 건 그 사람이었지요. 그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것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에게 제가 상처받은 것만도 감당하기 힘들고 이제사 겨우 헤어나왔건만, 제 아이마저 그렇게 아빠가 제 멋대로 오가는 것에 상처받게 해서는 절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겠습니까.. 얼마나 상처받겠습니까... 저희 식구들은 못지킬 약속은 아이에게 하지도 않고, 일단 한 약속은 꼭 지키는 식으로 아이를 키워와서 아이의 상처는 더 클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제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아닌가 생각중입니다. 선생님. 어쩔 수 없이 넘겨줬던 친권과 양육권을 변경하는 소송을 내려고 준비중인데요,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마음이 너무나 힘들고 갈등이 생깁니다 (물론 변호사들은 빨리 소송해서 끝내라고 하지요. 수임료를 받으니까요).

제가 이 지정변경 소송을 하고 싶은 이유는, 만약에라도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우리 손주니 우리가 데려간다"는 식으로 언젠가는 나올 것이 뻔하며, 그 와중에 아이가 겪을 정신적 충격을 미리 차단시키려는 것이구요, 이 사람이 단지 현재 자신이 친권/양육권을 갖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제게 실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의 근거로 삼는 것이 제게는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우울하고 슬퍼하면 아이가 더 먼저 알아요..

저도 많은 얘기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키워봤자, 아빠 찾아간다, 네 갈길 가라 등등.... 하지만, 아빠도 아빠 나름이죠. 제가 그 사람을 잘 아는데 어떻게 애를 넘겨줍니까, 내 팔자 고치려고 애를 줘버린 엄마가 도데체 행복하면 얼마나 행복해지겠는가, 게다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뻔히 보면서 방치합니까. 그렇지만 제가 친권자 양육자 변경신청을 하여 승소를 하더라도 아이 아빠와 완전히 차단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더 반대하십니다. 애 정말 망칠 일 있냐고요. 나중에는 아이를 방학때는 친가에도 보내고 애 아빠한테도 놀러보내자... 이것이 저희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아이에게 아빠 욕도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여하간 아빠는 너를 사랑하신단다...라고 말해주죠.

아무튼 선생님, 너무나 두서없이 써서 죄송합니다만, 제가 이렇게 소송을 해서 친권/양육권을 가져오는 것이 남편에 대한 화풀이거나 이기적인 것인지요. 제게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세요. 소송을 하게된다면 제가 신념을 갖고 밀어부칠 수 있게요. 제가 소송을 해서 얻는 득과 실, 안할 경우 얻게될 득과 실.... 제 머리로는 결론이 안나요..

저는 저희 아들, 정말 잘 키우고 싶어요. 어쩌다 이렇게 이혼을 해서 힘든길을 내딛었지만, 제 아이에게 당당하고 밝게 사는 엄마로 비치고 싶고, 엄마가 많이 사랑했다는 걸 늘 보여주고 싶을 뿐인데 왜 이렇게 사는 게 복잡하고 힘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