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혼을 하고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혼한 이후로 아이가 궁금해서 한달에 두번 꼴로 석달을 전화를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이혼당시 너무 남편의 소행이 너무 괘씸해서 살던 집 전세를 위자료 대신으로 받아왔고 남편의 옷가지랑 애 옷가지며 모든 물건은 줘버렸습니다.
그당시 살림만 하다가 갑자기 애를 데리고 살 것도 막막했고 호주제 문제가 결정나지 않은 상태라 아무래도 남자애니까 아빠가 데리고 있는게 낫다 싶었던 거고 마음 한구석으로는 나없이 고생해봐라 하는 맘도 있었습니다.
애 아빠는 이혼한 남자 후배집에서 남자 후배 남동생이랑 성인남자 셋이서 애 하나를 맡은 꼴이 되었지요.
시부모들이 애를 안맡을려고 했고 남편의 잘못이었으니 방 한칸 마련해주지 않더군요.
회사 있을때는 전화를 받고 퇴근해서는 전화를 받지 않길래 바람난 여자랑 사는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남편하고 통화를 할때는 서로 아무 감정없이 그냥 일상적인 안부를 물을 정도였는데 여자랑 사는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미안해서 속일 수도 있는 거겠지만 퇴근해서 집에 있을 무렵에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가 후배들 보기 그래서 안받는건지 잊고 살려고 그런건지 아무튼 꺼리는거 같아서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애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대전살다가 이혼해서 지금 저는 경기도에 살고 있고 대전은 그 이후로 가보지 않았습니다.
워낙에 아이가 아빠를 좋아해서 이혼하기 전에 미리 후배집으로 애를 데리고 이사를 했었습니다.
"엄마 갔다 오께"
그러면서 손을 흔들고 간 게 우리 아이 마지막 모습입니다.
내년 2월이면 만 5살 됩니다. 생일이 빨리 우리 나이로 여섯살이 되구요.
아직 어려서인지 엄마를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찾아도 모른척 하는건지....어린이집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고 집단생활에 이제 익숙해졌겠지요. 아이는 호기심이 강하고 한글을 일찍 뗀 관계로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이 빠른 모양입니다.
이혼할 당시에는 엄마를 나중에 원망이나 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이해를 해줄까 하는 가지가지 상상을 해봤습니다.
비참하게는 계모를 만나서 학대받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디서 아동학대 기삿거리라도 보면 눈을 돌리고 아이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찢어지기도 합니다.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제가 무턱대고 찾아가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자제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혹시나 엄마랑 안떨어지려고나 하지 않으면 어쩌나.....또 엄마를 아예 잊어버렸으면 어쩌나 불안하기조차 합니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할머니가 엄마 욕이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이 시기에 제가 아이를 만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싶습니다.
부부가 단지 성격차이로 이혼해서 친구처럼 지내면서 가끔 아이를 만나 시간을 보내시는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 시기에도 그런 일을 감행해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자꾸 엄마가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아이에게 혼란을 줄 거 같기도 하구요.
긍정적인 생각을 할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성격이 밝으니까 잘 헤쳐나갈거라고.....하지만 그 빈 자리는 자라면서 더욱더 커지겠고 이 엄마의 미안한 마음을 어찌 사죄해야할 지 막막합니다.
그렇다고 먼훗날 찾아온 아이에게 니 아빠가 엄마를 배신해서 엄마가 널 버렸다...이렇게 사실을 말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아빠랑 살 아이인데 말입니다.
이혼하고 어찌어찌 해서 다시 재혼할 계획이 있습니다.
신중히 생각해서 내년 가을쯤 하자고 합니다.
그 사람은 저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데.....가끔 아이가 보고 싶은 감정을 들킬까 바늘방석이기도 합니다.
남편이랑 합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언젠가 반드시 엄마를 찾아올거라는 기대를 해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하나요?
아이에게 상황을 인지시키고 적응시키기 위해서 엄마라는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건지....아니면 이해할 수 있는 시기(성인)까지 기다렸다가 재회를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