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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심리백과]에 이어 [초등심리백과]를 저술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 이 책은 부모가 보는 의학 서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소아정신의학 공부 할 때 보는 전공 서적을 일반 사람들도 보기 쉽게 풀어 쓴 것입니다. 소아과 관련해서는 [삐뽀삐뽀119]라는 책이 유명하잖아요. 바로 이 책도 그런 의도에서 저술한 것입니다. 책의 목차에 나오는 문제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가장 많이 나온 질문들을 조사해서 그에 대한 답변을 중심으로 풀어나갔습니다.
제가 8년 정도 자녀 교육이나 양육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책을 써왔는데 그 사이에 엄마들이 많이 변화된 것을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육아에 대한 가치 기준을 제공하는 등의 철학적 육아 서적을 선호했는데,
요즘 엄마들은 지식 위주의 육아 서적을 선호하더군요. 과학적 근거와 전문적 지식이 바탕이 된 육아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아이에게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때 소아정신과를 가야하는가 망설여질 때 이 책을 먼저 참고해보시고 병원에 방문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 |
 | 예전보다 많이 인식이 바뀌어서 소아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약물 치료 같은 것에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아주 옛날 병원이란 것이 없을 때 사람들은 아프면 무당을 불러서 굿을 했습니다. 과연 효과가 있었나요?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겐 정신적, 정서적 불안이 하나의 질병이 되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가만히 방치하는 것은 굿하면서 낫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습니다. 요즘 나오는 약들은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극히 일부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약을 처방하진 않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짧게는 2~3일, 길게는 열흘 정도 약을 먹고 낫는 것처럼 정신적 질병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우리가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 가는 것은 치아가 아파서가 아니라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도 있지 않습니까? 아이가 약을 먹고 안정되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요? | |
 | 사실 엄마들이 자기 아이에 대해서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감정적으로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내 아이는 내가 못 가르친다는 말도 있는데... | 사람과 사람 사이에 100% 이해할 수 있는 상대가 과연 있을까요? 남에 대해서는 성격이 안 맞고, 코드가 안 맞아도 수용하고 이해하면서 왜 자식은 안 될까요? 바로 그런 것까지 수용해야 하는 것이 바로 부모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유명 학원이나 강사, 좋은 학원 찾아다니는 것이 부모 역할이 아닙니다. 그런 곳에 쏟는 에너지의 10%만이라도 현재의 교육 환경을 바꾸는데 사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히 변화할 것입니다.
잘못된 교육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던가, 학교의 문제있는 교사를 퇴출시키는 등의 일은 모른 체 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 |
 | 요즘 아이들의 가장 문제 중의 하나가 인터넷입니다.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 우리 나라는 가치 기준이 자리 잡기 전에 너무 급속도로 인터넷이 보급되어서 결국 그 피해를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걸 해결하려면 부모들이 나서야 합니다. 인터넷 사용과 관련하여서 가정내 규칙을 만들어보세요. 첫 번째 원칙은 부모가 집에 없는 시간에 인터넷을 하는 것은 절대 금지해야 합니다. 간혹 보면 마우스나 키보드를 가지고 외출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는데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한 시간씩 하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허락해서 몰아서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사실 이런 것들 이전에 아이들이 여가 시간에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해 주고 놀 꺼리들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학교 다녀와서 심심하면 그림도 그리고, 악기도 다루고, 책도 읽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왜 안 될까요? 어릴 때부터 평상시에 이런 훈련이 되어있다면 인터넷이 없어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잘 놀 수 있을 것입니다. | |
 | 우리 부모 세대들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졸업하면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도 그런 걸 강요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꿈을 가지고 살도록 해야 할까요? |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아직도 귀족 사회와 서민 사회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귀족이 되겠다고 몸부림치고 극성을 떨지는 않죠. 그 사람들의 꿈은 아주 소박합니다. 집 앞에 꽃을 가꾸며 이웃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며 사는 것, 즉 스스로를 즐겁게 사는 삶을 꿈 꿉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을 가르쳤으면 합니다. 공부해서 어느 대학가서 어떤 직업을 가져라가 아니라 어떤 것을 즐기며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도록 해주세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이의 취미, 특기, 여가 활동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에 얘기랑 연관되지만 공부하는 짬짬이 쉬면서 놀 친구가 없다고 인터넷을 하기보다는 자기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삶을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경제적인 성취만을 가르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 |
 |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부모님들께 꼭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소아정신과는 문제 있는 아이들이 오는 곳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아이들일지라도 자기 속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대상과 공간으로서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몸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듯이 정서적인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 마디로 ‘정신건강상품’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방학을 이용해서 자녀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주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부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활동적인 남자 아이가 있는데 아파트에 사는 것을 고집하는 것은 전혀 아이를 고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층 눈치 보느라 활동적인 아이를 뛰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죠. 아파트에 꼭 살아야 한다면 1층에 살던가, 아니면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 까지는 단독주택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특성에 방해되는 환경은 제거하고, 아이가 맘껏 기를 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적극성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