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맘을 단단히 먹고 책장을 열었다.

쉽게 설명하고자 대화체로 풀어주는 자상함에도 분자구조에다...휴 힘들게 읽고 있는데

"레몬시장"이란 대목에서 확 정신이 차려졌다.

중고차 시장을 풍자한 말로 매물로 나오는 차들은 뭔가 결함이 있을 수 있는데 구입하는 사람은 그 결함을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니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다는... 레몬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뜻.

지난 주 불국사와 석굴암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더 흥미로웠고 다녀온 후 책을 다시 보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알아가는 기쁨을 느낄때 아들에게 하던 말. 아는 만큼 보이지?

트랜스 지방이라면 꼬마들도 할 수 있는 말인데 나쁘다고만 알았고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덜 먹으면 될 수 알았는데 이 역시 잘못된 선택으로 오늘도 빛만 좋은 상을 차렸다.

알 수 없었던 때.

36년전 부침개가 유독 당겼던 엄마가 아이를 낳으니 4kg으로 머리엔 허연 쇼트닝 기름을 두르고 태어난 나.

아주 특별한 별식처럼 지금도 생각하면 고소한 냄새가 나는 그 밥.

갖 지은 뜨거운 밥에 구멍을 뚫고 노르스름한 마가린 한수저와 날계란 한 알 넣고 밥으로 덮었다가 간장에 썩썩 비벼먹던 추억의 그 마가린 밥도.

큰 녀석 처음 유치원 보내고 허전하기도 자유롭기도 해서 커피믹스 진하게 타고 버터바른 식빵을 먹었던 그 여유롭던 아침도 트랜스 지방과 함께 했음에 헛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잘 해보련다고 애쓸 때.

제품 첨가물질 살펴보고 집에서 간식을 해먹이고 나름 잘 한다고 뿌듯했는데.

한참 잘 먹는 두아이 매 주 삼겹살을 먹이고 산패된 기름이라며 튀김도 집에서 해주는데...

아마 이 책을 읽은 엄마라면 머리속이 복잡할테다.

넘쳐나는 정보를 휘~휘~ 건져 보면서 잘 해보고자 했는데 말이다.

아휴...

요즘 나도 착한 지방인 오메가-3 부족해서 복부비만과 울컥 화가 치미는 우울함을 느낀다.

몸에 쌓이는 트랜스 지방이 보이는 듯하고 음식도 트랜스 지방으로 보인다.

몇 해 전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태풍이 지나간 후 긴장도 느슨해진건 사실이다.

이해 안되는 부분도 대부분이지만 이렇게나마 무뎌질때 다시 책을 찾게 된다.

그래도 역시나 남는 갑갑함은 외딴 섬에서 풀뜯어 먹고 혼자서 사는게 아니란거다.

빛도 좋고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식탁을 차릴 수 있도록 먹거리들이 다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