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 신영복의《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